[마켓 투데이] 사령탑 바뀔 한은, 새 통화정책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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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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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한국은행 총재로 김중수 주(駐)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내정됐다. 투자자들은 새 총재의 이력을 바탕으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데 여념이 없지만 이럴 때일수록 먼저 ‘이성태 총재의 한국은행’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어받을 것과 바꿔야 것을 명확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큰 파고 속에서 이 총재의 한국은행은 나름대로 충실하게 역할을 수행했다. 이 총재 자신은 한국은행이 위기를 예방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가 심각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겪지 않았던 데는 사실 한국은행의 균형 잡힌 시각과 정책의 도움이 컸다. 비록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역사적 사태를 정확하게 예상하진 못했지만 분석 및 전망에서도 한국은행은 과거보다 한결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의 전망은 다른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확했고 한국은행이 내놓은 각종 해외조사 자료는 해당 사안에 대한 표준적 분석 자료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한국은행 간의 이견이 첨예화됐던 점이나 결국 한국은행의 뜻과는 다소 다르게 정책금리 정상화가 지연된 점이 그렇다. 하지만 위기 이후 경제정책의 주도권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부가 쥐게 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에서 한국은행의 무게감이 줄어든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제 공은 김 내정자에게 넘어갔다. 그런데 상황이 만만찮다. 버블붕괴 이후 거의 제한 없이 가해진 정부의 힘을 바탕으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은 글로벌 경제는 올 들어 조금씩 확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그리스 같은 일부 국가는 재정 위기로 강력한 구조조정과 성장률 급락이 불가피하고 다른 국가도 재정건전화를 위한 노력이 단기 성장률에 부담을 줄 만한 상황이다. 반면 금융버블 붕괴 이후 실물경제 부문에서 투자기회가 줄어들자 풀어놓은 유동성은 자꾸 부동산이나 주식으로만 유입되고 있다. 성장률 둔화를 생각하면 돈을 더 풀어야 하지만 또 다른 버블의 생성을 막기 위해서는 돈줄을 죄어야 하는 애매한 상황인 것이다.

중앙은행의 위상이 떨어져 있다는 점, 즉 독립성이 예전만 못하게 느껴진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은행과 정부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시각도 있겠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정부 주도의 경제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정립돼 온 가치다. 따라서 투자자 편에서도 대비가 필요하다. 새 총재가 성장 둔화와 자산 버블 사이에서 어떤 쪽에 가치를 둘 것인지, 정부와 시장 사이에서 어떻게 독립성을 유지하며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따라 합당한 투자 대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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