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옷입고 경쟁력 ‘UP’… 똑똑해지는 중공업·자동차 공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8일 2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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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전화로 품질점검 OK… 와이브로·전자태그 인프라 구축까지

현대중공업 조선품질경영부 정인득 과장(36)은 최근 일처리 효율이 크게 높아진 점에 무척 고무됐다. 그는 지난해까지 현장을 돌다가도 도면을 확인하려면 수백m 떨어진 설계부서나 생산반장을 찾아 다녀야 했다. 수백 장의 도면을 모두 들고 다닐 수도 없고, 철 구조물이 많은 조선소 특성상 휴대전화기는 불통이 잦았다. 하지만 지금은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넷북을 펼쳐 도면을 전송받고 생산반장과 화상전화로 의견을 나눈다.

●똑똑해지는 중공업·자동차 공장들

조선, 자동차, 철강 등 '중후장대'(重厚長大)한 산업의 생산현장이 변하고 있다. 변화의 동력은 무선통신이 중심이 된 정보기술(IT)이다. 현대중공업, GM대우자동차, 포스코 등 대표적 제조업체들은 생산 현장에 무선 인프라를 구축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투자를 최근 완료했거나 현재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넷북 이용 시연에 나선 이 회사 통신운영부 정천환 사원(30)은 멜빵과 벨트, 노트북 가방을 합쳐놓은 것 같은 지지대를 몸에 감고 그 위에 올린 넷북으로 사무실 내근자와 화상통화를 했다. 그는 주변 현장 모습을 웹 캠으로 사무실에 보여주면서 스피커폰으로 설명을 곁들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9월 KT와 손잡고 9㎢ 넓이의 이 조선소에 와이브로 인프라를 구축했다. 1초에 A4용지 도면 27장을 전송할 수 있는 초고속망이다. 선박 블록을 운반하는 특수 차량(트랜스포터) 기사는 운전석에서 차번호를 입력하면 가야 할 장소를 즉시 알 수 있게 됐고, 무전기나 휴대전화 통화가 안 돼 사람이 오가며 연락을 전하던 선박 지하공간에서도 통신이 가능해졌다.
GM대우차는 12억여 원을 들여 지난해 8월부터 부평공장에 전자태그(RFID) 인프라를 구축했다. 협력업체 생산단계에서부터 주요 부품에 전자태그를 부착해, 조립순서에 맞게 부품을 들여올 수 있게 했다. GM대우차 뿐 아니라 협력업체 3곳의 관리비도 연간 4억 원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GM대우차는 올해 9월을 목표로 대상 부품을 확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3G 기술로 현장 요구 따라잡아

포스코는 포항·광양제철소에 무선 인프라를 구축하고 현장의 모든 유선전화기를 무선전화기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지난달 SK텔레콤을 '유무선 통합 프로젝트' 추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무선기술로 제철소 내 각종 시설물과 공정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물류나 에너지 관리 효율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전통적인 제조 사업장들이 적극적으로 무선통신기술 도입에 나선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최근 무선 인프라 기술이 사업장들의 요구에 부합할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KT경제경영연구원의 오윤수 연구원은 "2003년경에도 개인휴대단말기(PDA)폰 기술로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2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동영상을 전송하는 데 적지않은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인 고객 시장이 포화되면서 이동통신사들이 기업 고객으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는 점과 전통적인 제조업들이 다른 산업보다 이동통신 기술 적용에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IT기술 융합을 통한 신사업 창출 가능성이 큰 금융업이나 유통업은 IT기술 이식에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며 "이는 IT업체가 새로운 비즈니스의 주도권을 쥐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울산=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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