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코리아’ 신도시 수출전선 쾌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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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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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서 개발계획-주택건설 등 도맡아
경험-스피드 월등… 정부 “지원책 마련”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남쪽으로 250km 떨어진 곳에 있는 부그줄 신도시. 전체 면적이 2000만 m²가 넘는 이곳에선 지금 한창 도시의 터를 닦는 용지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숲을 평탄하게 하고 도로 상하수도 가스 등 인프라 시설을 놓는 작업이다.

이 신도시는 사실상 모두 한국이 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우건설, 우림건설 등 한국 기업 컨소시엄이 용지공사를 맡았고, 도시의 기본 설계를 담당한 것도 한국 기업들이다. 게다가 공사가 도면이나 계획대로 잘 진행되는지를 감리하는 사업관리(PM)마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맡을 게 유력하다. LH와 한미파슨스 컨소시엄은 “한국이 짧은 기간에 많은 신도시를 건설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지난해 9월 사업관리 국제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공사에 참여하는 건설업계 관계자는 “설계와 용지공사, 사업관리를 모두 한국이 하게 돼 앞으로 입찰에 나올 건축물 공사도 한국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원부국으로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알제리는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도 10여 개의 신도시를 더 만들 계획이다.

알제리의 부그줄은 한국 기업들이 연합해 해외에 도시 하나를 만들어내는 사실상 첫 사례라고 할 만하다. 이런 사례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정부는 올 상반기에 해외 각국의 신도시 개발에 참여하는 민간 건설사 및 공기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 중동-아프리카 신도시 건설 붐

해외 신도시 개발은 원전이나 개별 건축물 수주와는 차원이 다르다. 개발계획부터 용지조성, 인프라 및 주택 건설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프로젝트로 수주액이나 산업 연계 효과 면에서 효과가 엄청나다. 도시개발 과정에서 문화나 브랜드를 수출하는 효과도 있다.

국토해양부의 전망에 따르면 인구 30만 명 이상의 신도시가 올해 500개, 2030년까지 5500개가 세계 각국(북미 유럽 제외)에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그간 인프라 개발이 미흡했던 곳을 중심으로 건설 프로젝트가 쏟아지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만드는 지원 법령에는 지원 대상이 되는 해외 신도시의 법적 기준(인구나 면적 등)을 명확히 하고 개발비용 조달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참여 기업들에 어떤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지 등을 명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갖고 추진할 수 있는 ‘신도시 상품’으로 △저탄소, 저에너지의 녹색도시 △아프리카를 겨냥한 자원개발권 연계 도시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미래형 도시 등 3가지를 구상하고 있다.

보통 해외도시 개발 사업은 공기업인 LH가 도시설계나 감리를 하고, 시공은 민간회사가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민간업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도맡아 하는 사례도 있다. 베트남에서 주거 행정 금융 등 복합기능으로 구상되고 있는 따이호따이 신도시가 그런 케이스다. 대우건설과 코오롱건설 등 5개 민간기업 컨소시엄이 토지보상을 포함해 철거이주, 인프라 건설 및 주택 분양 등의 모든 과정을 2015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 한국의 건설 스피드에 놀라

한국의 신도시 경쟁력은 경험과 스피드에 있다. LH는 2008년 말 아제르바이잔 정부와 면적 7200만 m², 수용인구 50만 명의 신도시 설계를 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LH의 사업 담당자는 “최근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고위 각료가 분당, 판교 등 한국의 신도시들을 둘러보고 감탄하며 돌아갔다”며 “특히 한국의 신도시 건설속도와 쓰레기집하시설 등 도시환경 시스템에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선진국이 30년은 걸려서 짓는 신도시를 한국은 5∼10년에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 리스크도 크다. 최근에는 일정액의 공사 대금을 받는 수주형 대신 직접 사업이익을 가져가는 투자개발형이 많아졌다. 이 경우 스스로 공사비용을 조달해야 하고 경기가 나빠 분양에 실패하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현지 정부의 인허가를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GS건설이 베트남에 주택과 상업시설을 조성하는 냐베 신도시는 2007년에 투자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현지 정부의 착공승인을 못 받아 공사가 지체되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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