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車, 도요타 사태 남의 일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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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산 확대 전략 닮은꼴… 품질관리 타산지석 삼아야
일단은 美수출 확대 파란불… 도요타 車 바꾸면 가격 할인

대량 리콜 사태로 도요타의 ‘품질 신화’가 치명상을 입은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받을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기적으로 이번 사태가 해외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회사들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 득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도요타의 글로벌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며 같은 잠재 위험요소들을 갖춘 현대·기아차 등이 이번 사태를 ‘남의 일’로만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 미국 시장 등 점유율 올라갈 듯

이번에 문제가 된 도요타 차종들은 현대·기아차가 미국에 내놓은 중소형 세단 및 레저용 차량(RV)들과 대부분 겹치는 만큼 다음 달 미국에서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소폭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KTB투자증권은 도요타가 2주간 생산을 중단하고 이들 모델의 수요 중 20%가 현대·기아차로 옮아갈 경우 2월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0.8%포인트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현대·기아차가 도요타 제품의 잠정 수요를 25% 흡수하고 도요타가 생산을 4주간 중단한다면 미국 시장점유율이 최대 2.3%포인트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우증권은 “특히 도요타는 주력 차종들을 내년에 많이 내놓을 예정인 반면 현대·기아차는 새 모델 투입이 올해에 집중돼 있어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대·기아차는 겉으로는 “다른 회사의 불행을 이용할 생각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해외 시장에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현대·기아차는 기존 도요타 차량을 보유하던 미국 고객이 현대차 ‘쏘나타’ 등을 구입할 경우 1000달러(약 115만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차 측은 “경쟁사인 GM 등이 먼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고 현지 딜러들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 “도요타 사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실추된 이미지 회복에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도요타가 미국 생산을 재개하더라도 한국 자동차업체들의 반사이익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도 도요타의 위험 요소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이번 대규모 리콜의 근본 원인은 도요타가 2002년부터 세계 1위를 목표로 몸집을 급격히 불리면서 품질 관리를 소홀히 한 데 있다”며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해외 생산기지를 늘리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요타에 납품하는 업체가 많지 않아 이번 사태가 한국 부품업계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업체와의 관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바뀔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자동차회사들이 품질 관리를 더 엄격하게 하면서 협력업체들의 관리 비용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무조건적인 원가 절감 추진’이 막대한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면서 부품업계와 상생 협력을 도모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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