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동남아 경제패권 삼국지’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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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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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FTA 발효로 교역 급증… 美-日과 주도권 싸움
“위성국가 전락할라” 베트남-印尼 등 우려 목소리 커져

동남아시아에서의 강대국 패권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중국이 최근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함에 따라 동남아가 세계경제에서 주요 관심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이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은 올해 1월 1일부터 정식으로 발효됐다. 인구 19억 명의 최대 단일시장이고 국내총생산(GDP) 규모(약 6조 달러)로도 유럽연합(EU) 및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중국과 아세안 10개국은 FTA로 양측 교역품목의 90%인 7000여 개 상품의 관세를 없앴다. 양측의 교역은 2003년 782억 달러에서 지난해 2311억 달러로 5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7일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권이 늘자 미국 일본 인도까지 뛰어들어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해 아세안 국가들에 총 250억 달러를 제공했다. 그중 150억 달러는 차관이었으며 100억 달러는 투자였다. 또 중국의 경기부양 자금은 국경을 넘어 동남아 국가까지 흘러들어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은 지난해 12월 미얀마를 방문해 미얀마에서 중국 윈난(雲南) 성까지 771km에 이르는 송유관 건설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효과와 동시에 동남아가 중국의 ‘위성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섬유 철강 등 중국의 저가 수입품이 밀려들어 자국 기업의 피해가 너무 커지고 있다며 FTA 시행을 1년 늦춰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은 지난해 라오스에 대형 경기장을 지어주었다. 중국 쑤저우 해외산업공단 투자회사가 수도 외곽지역에 50년간 1600ha의 땅을 임대받는 조건이었다.

베트남에서는 중국의 알루미늄회사가 보크사이트 광산을 개발하는 데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했고, 중국이 메콩 강 상류에 8개의 대형 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캄보디아 농민들이 “중국이 우리의 물과 땅을 사버리려 한다”고 격렬히 반대했다. 베트남과 미얀마,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이 러시아와 유럽 국가들로부터 전투기, 잠수함, 헬기 등을 구입하는 계약을 맺고 재무장에 나서는 점도 역내의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키쇼르 마흐부바니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동남아를 놓고 벌이는 중국 미국 일본 인도의 패권 경쟁이 사상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며 “경제 분야가 아니라 군사적 경쟁이었다면 벌써 전쟁터가 됐을 것”이라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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