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美 은행규제, 길게 보면 우리에게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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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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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상업은행들의 규모나 자기매매,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규제를 법제화하겠다고 나섰다. 거대 상업은행들의 실패가 국민 세금으로 메워지는 ‘대마불사’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다. 이 발표 직후 대형 은행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고 각국 주식시장 역시 충격을 받았다. 반대로 미 국채 금리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내렸다.

학계 등 금융권을 제외한 여론은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는 듯하다. 반면에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여론의 향방을 주시하며 조심스럽게 반대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가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에 패하는 등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여론몰이용이라고 깎아내린다. 대통령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자신들의 ‘돈줄’인 대형 은행들에 불리한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이란 냉소적 의견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월가의 의회 로비금액이 6400만 달러에 이른다 하니 이런 의견이 나올 법도 하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대로 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통과된다 해도 원안보다 한층 완화된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급락했던 미국 주가가 반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일부 언론은 상당수 투자자가 오바마 대통령의 반비즈니스 정서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 은행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간접적인 위협도 눈에 띈다.

이런 상황이라면 단기적으로도 국내 주가가 크게 떨어질 이유는 없어 보인다. 미국 상업은행 규제안이 국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고리는 펀더멘털 측면보다 주로 외국인투자가의 매수라는 수급 측면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법안이 오바마 대통령의 원안에 가깝게 통과된다면 일단 단기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다. 상업은행 자금이 직간접적인 형태로 흘러 들어간 헤지펀드의 규모는 점차 축소될 것이고 이는 보유 자산의 매각이라는 경로를 통해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연히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 규모도 늘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 과정은 제조업 대비 금융업의 우위가 완화되는 것인 만큼 제조업에 경쟁력이 있는 국가에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 게다가 국내 금융기관 편에서 보면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일 기회이기도 하다. 심리적 측면에서나 수급 측면에서 악재임엔 분명하고 장기적으로 선진국의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나 큰 흐름마저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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