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 승계 발목잡던 상속세, 2세 경영실적 좋으면 안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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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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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중견기업에 보호막 쳐준다

中企→ 대기업 전환때 법인세 폭등 없도록 배려
저리대출-보증지원도 강화…‘산업의 허리’ 성장세 유도

《중소기업 지원을 계속 받기 위해 덩치가 커진 회사를 몇 개로 편법 분할하는 것은 관련 업계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경영 기법’ 중 하나다. 중소기업 딱지를 떼는 순간 유무형의 혜택은 거의 사라지고 덩치가 큰 대기업과의 경쟁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NHN, 웅진그룹, 오뚜기 등 손에 꼽을 정도다.》정부가 ‘중소, 중견기업 육성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이런 폐단을 없애고 산업계의 허리를 강화해 ‘우수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 체질이 강화돼 새로운 고용 여력을 창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당초 정부는 ‘중견기업 육성책’을 준비했지만 중소기업의 경쟁력도 함께 키워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중소, 중견기업 육성책’으로 방향을 바꿨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규모가 좀 더 큰 중견기업용 맞춤형 대책을 추가한 것이다.

○ 자생력 갖출 때까지 세금 혜택 확대


중소기업연구원이 지식경제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보고서 ‘중견기업 발전방안 연구’는 조세 관련 항목을 비중 있게 다뤘다. 중소기업들이 성장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각종 조세 지원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라는 기존 설문자료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는 중견기업을 위해 법인세율 과세표준 2억 원 초과 10억 원 미만의 중간구간을 설정해 16%의 세율을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재정 부담을 고려해 적용 기간은 중소기업 졸업 후 3년까지로 한정했다. 이 경우 중견기업은 연간 약 8700만 원의 세금 혜택을 볼 수 있고, 정부 세수는 277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소기업 창업주들은 자신이 땀 흘려 세운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도 상속세 세율이 너무 높아 가업의 대가 끊기게 됐다며 대책을 호소하곤 했다. 이들의 숙원을 풀어주기 위해 보고서는 가업 승계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제시했다. 가업 승계 시점에서 상속세를 결정하되 매년 경영성과를 평가해 10%씩 감면해주는 ‘연차별 상속세 감면제도’를 권고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10년 후 상속세는 완전히 면제된다. 단, 가업 승계 후 자본금 등 기업규모 증가 속도가 그 기업이 속한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과 같거나 웃도는 기업에 한정하도록 했다.

용역 보고서를 바탕으로 중소, 중견기업 육성책을 마련하는 지경부는 중견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최저한세율은 각종 공제와 감면으로 기업이 내야 할 법인세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법인세로 내도록 정한 비율을 말한다. 현재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최저한세율은 7%이지만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10∼15%로 치솟는다.

정부 관계자는 “성장잠재력이 큰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최저한세율이 갑자기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졸업 후 어느 시점까지 최저한세율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 ‘호리병 산업구조’ 한계 극복

보고서는 또 저리 대출과 보증 지원 강화를 제시했다. 중소기업연구원 측은 “중소기업을 졸업한 초창기 기업은 법적으로는 대기업이지만 신용등급은 사실상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라며 “중견기업 육성 대책으로 가장 시급한 것은 신용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을 갓 졸업한 중견기업에는 중소기업보다 낮은 금리 지원을 해주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많이 하는 혁신형 중견기업에는 기술개발 자금에 대해 융자 및 보증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정부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인력 약 200명과 대기업의 리서치 분야 연구원도 중소 및 중견기업으로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삼성, 현대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나오지 않았던 이유는 한국의 기업 분포가 호리병 모양이어서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기업이 약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정책은 대체로 시의적절하지만 R&D 분야에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동아일보는 중소기업을 졸업한 중견기업이 정부 지원에서 소외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을 지난해에만 1월 30, 31일, 8월 4일자에 기사와 사설로 다루는 등 중견기업의 애로를 여러 차례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중소기업을 졸업한 중견기업이 정부 지원에서 소외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을 지난해에만 1월 30, 31일, 8월 4일자에 기사와 사설로 다루는 등 중견기업의 애로를 여러 차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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