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고용, 5년동안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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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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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4만5159명… 1년새 0.77% 증가 그쳐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15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기로 약속했지만 실제 주요 대기업의 고용은 최근 5년 동안 답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없는 성장’의 고착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기업의 신사업 발굴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6곳은 늘고 4곳은 줄어

17일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2009년 9월 말 현재 10대 그룹의 상장 계열사 고용 인원은 44만5159명으로 2005년 말 43만9776명보다 1.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들 기업의 2008년 말 고용 인원 44만1739명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0.77%에 불과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산총액 기준 10대 그룹(공기업 제외·2009년 4월 기준)은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SK, LG, 포스코, 롯데, 현대중공업, GS, 금호아시아나, 한진 등이다. 고용 인원 집계는 10대 그룹의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 계열사 중 상장사협의회에 고용인원을 신고한 곳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결과 고용이 늘어난 그룹은 6곳, 줄어든 그룹은 4곳이었다.

GS그룹이 2005년 말 4629명에서 지난해 9월 말 현재 5468명으로 18.12%가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같은 기간 2만5733명에서 2만8268명으로 9.85%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매물로 내놓은 대우건설 인수분이 포함된 데다 현재 구조조정 중이어서 조만간 이 그룹의 고용 인원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그룹도 각각 4.46%, 4.99% 고용이 늘었다.

반면 SK그룹의 상장 계열사 고용은 2005년 말 1만5603명에서 지난해 9월 말 현재 1만764명으로 31.01% 줄었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SK㈜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사업회사(SK에너지)의 일부 사업부문이 비상장사로 분사한 것이 고용 통계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고용 없는 성장’ 고착화 우려도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고용이 답보 상태인 것에 대해 산업계 일각에서는 ‘고용 없는 성장’의 고착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기술 발달로 노동 생산성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수출 위주, 설비 투자 위주인 대기업의 사업 구조상 기존 사업만으로는 쉽사리 고용을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고용이 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활성화되고, 대기업도 새로운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고용창출이 높은 서비스 산업 진출을 촉진하는 한편 1, 2차 협력업체 등으로 고용 파급효과가 큰 제조업에서도 새 프로젝트를 발굴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임금이나 근로 형태 등 노동 유연성이 제도적으로 확립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사업이나 성장성이 밝은 새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것도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에 앞서 선행돼야 할 것은 내수 회복과 사회적 안정”이라며 “경제 정책의 일관성 확보, 노사관계 안정 등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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