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만화, 한국서 온라인 게임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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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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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슬램덩크’ ‘보노보노’
한국기술로 만들어 한국 유통
온라인 판권도 국내기업 손에

14일 오전 7시 처음 공개되는 ‘드래곤볼 온라인’은 올해 온라인 게임업계에서 아주 기대되는 신작으로 손꼽힌다. 이 게임은 국내에도 소개돼 인기를 끈 바 있는 일본 만화 ‘드래곤볼’이 원작이다. 1984년 등장해 현재까지 총 42권의 단행본이 발간됐고 전 세계 3억5000만 부가량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국내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 알려졌고 학교 앞 문방구에서 만화 속 주인공 캐릭터 상품도 인기를 얻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이 만화가 ‘드래곤볼 온라인’이라는 온라인 게임으로 제작됐다. 일본 콘텐츠이기에 일본에서 제작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개발 기간 6년 동안의 작업은 대부분 한국에서 진행됐다. 제작도, 유통도 모두 한국이 주도했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먼저 게임이 공개된다.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데 일본이 한국의 힘을 빌리고 있는 셈이다.

○ 수입해 보던 일본 만화, 한국서 온라인 게임화

드래곤볼의 원작자는 만화가인 도리야마 아키라(鳥山明) 씨. 이 작품에 대한 판권은 도리야마 씨가, 게임 제작권은 일본 게임업체인 ‘반다이’가 갖고 있다. 이미 비디오 게임으로 제작된 바 있는 이 게임을 반다이는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했다. 이들은 최대한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만화책을 넘기며 만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른바 ‘카툰 렌더링’ 기법으로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14일 공개되는 ‘드래곤볼 온라인’은 일본 유명 만화 ‘드래곤볼’을 원작으로 제작된 온라인 게임이다. 원작이 일본 만화지만 게임 제작 및 유통은 한국이 주도했다. 사진 제공 CJ인터넷
14일 공개되는 ‘드래곤볼 온라인’은 일본 유명 만화 ‘드래곤볼’을 원작으로 제작된 온라인 게임이다. 원작이 일본 만화지만 게임 제작 및 유통은 한국이 주도했다. 사진 제공 CJ인터넷
하지만 일본 내 온라인게임 제작 기술론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중 반다이는 온라인게임 강국인 ‘한국행’을 결심했다. 반다이와 함께 게임 제작을 맡은 일본 내 게임 제작사 NTL은 한국에 사무소를 차렸고 한국인 직원까지 채용했다. 현재 전체 직원 70명 중 한국인 직원이 60명이다. 게임 장르도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다중접속온라인게임(MMORPG)’으로 잡았다.

NTL의 온라인 총괄 담당 다키야마 고지 PD(43)는 “원작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우정, 의리, 협동 등 한국 사회에서 중시하는 이념들을 게임 속에서 강조해 최대한 ‘한국화’했다”고 말했다.

게임의 배급을 맡은 CJ인터넷의 한 관계자는 “일본 미국 등 세계시장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드래곤볼과 같이 1980, 90년대 인기 있었던 일본 만화들이 최근 잇따라 온라인 게임으로 부활하고 있다.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 제작, 유통 등 온라인 게임 개발에 필요한 핵심 업무를 한국이 맡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만화 원작을 한국이 주도해 새롭게 온라인 게임으로 부활시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게임 유통회사였던 구름인터랙티브는 1990년대 국내에 농구 열풍을 몰고 온 일본 만화 ‘슬램덩크’를 3D 스포츠 게임으로 개발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동물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던 일본 만화 ‘보노보노‘는 국내 게임개발회사 ‘바른손크리에이티브’에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게임으로 제작하고 있다.

○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테스트베드’

한국이 일본 온라인 게임의 테스트베드(시험장)가 됐다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게임 수출액은 10억6729만 달러로 국내 전체 게임 수출액의 97%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일본 비중이 21%로 중국에 이어 2위다.

특히 게임 개발 과정에서 한국이 단순히 하청업체가 아니라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게임 개발 업체들은 일본 만화 원작자에게 1차 판권료만 주고 온라인 게임에 대한 판권은 대부분 개발사와 유통업체가 갖게 된다. ‘보노보노’는 제작사인 바른손크리에이티브가 온라인 게임 판권을 90% 이상 가진다.

구름인터랙티브 최종원 기획전략실장은 “콘텐츠 강국인 일본과 기술 강국인 한국이 만나 서로 필요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라며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일본이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가기 위한 테스트베드”라고 말했다.

서강대 게임개발원 이재홍 교수는 “비디오 콘솔 게임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했던 일본이 한국의 기술을 앞세워 온라인 게임 산업을 시작하고 있다”며 “한국도 기술력만 내세우지 말고 자체 콘텐츠를 개발해 게임을 개발하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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