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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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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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출신 김중회 KB금융 사장 해임… ‘퇴진 압박 맞대응’ 해석
姜 “사퇴 외압 없었다” 진화
임원 인사로 ‘친정체제’ 강화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 겸 국민은행장이 8일 KB금융그룹 임원 인사에서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인 김중회 KB금융지주 사장을 전격 해임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사장 해임에도 불구하고 KB금융지주의 등기이사 직은 고수하기로 했다. 김 사장은 2008년 9월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취임해 ‘황영기 인맥’으로 분류된다.

금융권에서는 즉각 보복성 인사 논란이 일었다. 강 회장대행이 자신과 라이벌 관계였던 황 전 회장의 측근을 경질한 데다 이번 인사가 지난해 말 차기 회장 내정자에서 사퇴한 배경을 두고 금융당국의 ‘외압설’이 증폭되는 시기에 불거졌기 때문이다.

강 회장대행은 이날 논란이 확산되자 “금융당국과 대립각이 있다거나 특정인에 대한 보복성 인사 이야기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긴급 진화에 나섰다. 이어 “회장 내정자 사퇴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어떤 압력도 없었다”면서 향후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 사라지는 ‘황(黃)의 그림자’

김 사장은 강 회장대행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KB금융 사외이사제도의 문제점을 끈질기게 비판했고, 회장 공모를 서둘러 진행하는 것에도 반발했다. 결국 사외이사제도는 강 회장대행이 회장 내정자에서 사퇴한 도화선이 됐다. 그 대가로 김 사장은 해임 통보를 받고 KB자산운용 부회장으로 물러나는 역풍(逆風)을 맞았다. 김 사장의 측근은 “임기 9개월을 남겨둔 대통령(10월까지가 임기인 강 회장대행을 지칭)이 후임 인사를 다 해놓고 가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강 회장대행은 비록 지난해 12월 31일 회장 내정자 직은 사퇴했지만 회장대행 자격으로 주어진 인사 권한을 아낌없이 행사한 것이다.

강 회장대행은 황 전 회장이 물러난 직후인 지난해 10월 초에도 황 전 회장이 영입했던 지동현 KB금융지주 부사장과 황 전 회장의 구명활동에 나섰던 부장급 6명에게 무보직 발령을 낸 바 있다.

○ 임원들 대거 전진 배치

김 사장의 해임으로 KB금융 인사는 사실상 강 회장대행이 전권을 행사하게 됐다. 인사규정에 따르면 은행 임원, 계열사 사장 및 임원 인사의 경우 회장이 지주회사 사장과 반드시 협의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강 회장대행의 구상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8일 인사에서도 지주회사와 은행의 겸임 임원들을 분리하는 한편 강 회장대행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들을 전진 배치했다. 이처럼 강 회장대행의 친정체제가 더욱 공고해짐에 따라 새로운 인물이 KB금융의 차기 회장이나 사장이 되더라도 뜻을 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B금융그룹 관계자들은 “외환은행 매각 등 은행권 인수합병(M&A)에 대비해 레임덕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풀이한다. 김 사장은 3월 주총까지는 등기이사 직을 유지하게 돼 KB금융 내 2명의 등기이사인 ‘강정원 이사’와 ‘김중회 이사’의 파워게임으로 조직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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