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노사담합’에 하청업체 허리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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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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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硏 기업상생 보고서

자동차 대기업들 노조에 고임금 보장하고
노조는 비정규직-협력업체에 부담전가 용인
고통 분담하는 獨-日 유기적 협력모델 배울만

국내 자동차산업에서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등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수익이 양극화되는 현상과 관련해 ‘대기업의 경영진과 노조가 담합해 비용을 중소기업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노동부에 제출한 ‘대·중소기업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자동차산업 대기업에서 경영진이 노조에 고용 안정과 높은 임금을 제공하는 대신 노조는 비정규직 활용과 하청업체에의 부담 전가를 용인하는 방식으로 노사 담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中企에 떠넘기기’ 노사 담합

파업 등 단기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경영진과 임금 인상 등 단기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노조의 전략이 맞물려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주장이다. 이 보고서는 “자동차산업은 대기업과 부품기업들이 기업군(群)을 이뤄 ‘집단 능력 경쟁’을 벌이는 분야”라며 “자동차산업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체제를 만드는 것은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국 자동차회사들이 내놓은 대·중소기업 상생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품질과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등 주로 모기업의 요구와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보고서는 비판했다.

실제로 자동차회사들이 협력업체에 대한 협력 사례로 드는 것의 상당수가 협력업체 경영자와 중역에 대한 교육이나 세미나 등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경영 컨설팅의 경우에도 현장 품질 향상을 위한 평가 프로그램 운영이나 협력업체 시험실 감사, 원가 절감 교육, 품질 결의대회 등이 주종을 이룬다는 것. 보고서는 “이런 컨설팅은 주로 모기업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된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 노조에 대해서는 “금속노조 소속의 대표적인 사업장임에도 사내 하청 문제나 중소기업 사업장의 근로조건 등에 소극적”이라며 “기본적으로 정규직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업별 조직 체계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독일·일본 상생 사례 참고해야

이 보고서는 자동차산업 강국인 미국과 독일, 일본에서 대·중소기업 간의 관계를 분석하고, 독일·일본형을 한국 노사정(勞使政)이 참고해야 할 사례로 제시했다. 일본의 자동차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발전시켜온 결과, 이들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긴밀히 협력하며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부담을 골고루 분배한다는 것이다. 산업별 노조 체제가 오래전부터 발달한 독일 자동차산업에서는 독일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산업별 협약 틀 속에서 노사가 기업 간 근로조건 차이를 최소화하고 있다.

반면 미국 자동차기업들은 부품업체가 단가 인하 압력을 수용하지 못하면 즉각 구매처를 바꾸거나 해외 부품업체들을 활용하는 적극적인 아웃소싱 전략을 채택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미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발전하지 못한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전형적인 시장조달 전략으로 ‘시장에 의한 통제’를, 한국 자동차회사들은 중소기업에 원가 절감 압박을 가하는 방식인 ‘조직에 의한 통제’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신뢰와 상생보다는 시장에서의 지위와 교섭력 우위를 활용해 원가절감을 추진한다는 점은 같다.

보고서는 “자동차산업에서는 최종 조립업체인 대기업을 중심으로 가치 생산과 배분 전 과정이 긴밀하게 조율돼야 하기 때문에 상생협력 체제 구축에 대기업의 역할이 어느 산업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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