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대우건설 매각 성사돼도 구조조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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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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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채권단 막판 조율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에 대한 구조조정이 실패하면 내년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대우건설 매각과 상관없이 금호 측이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책을 추진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또 대우건설 매각 실패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확정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막바지 조율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27일 “금호그룹으로선 계열사인 대우건설을 판다고 해도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금호 측과 추가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인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이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매각이 성사돼도 당초 기대한 가격대보다 크게 낮은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자베즈 등이 주채권은행이 중시해 온 ‘경영능력과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고 있어 연내 본계약 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금호그룹 채권단은 대우건설 매각이 지연되면서 초조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이 예상보다 크게 낮은 가격대에 팔리거나 매각이 실패로 돌아간 상태에서 대우건설 투자자들이 수익보장 장치(풋백옵션)를 행사하면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 주력 계열사의 자본이 잠식되기 때문이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18일 기자들과 만나 “대우건설 매각이 잘 안 될 때에 대비한 ‘플랜B(비상대책)’를 마련해뒀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점을 우려해서다.

채권단의 플랜B는 대우건설을 주당 2만 원에 크게 못 미치는 가격대에 판 경우와 대우건설을 팔지 못하는 경우로 나뉜다. 낮은 가격대에 대우건설 매각이 성사되면 금호그룹으로선 금호생명 금호렌터카 아시아나DTI 등 지금까지 매각을 추진해 온 계열사뿐 아니라 추가로 다른 자산을 팔아 수천억 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이 인수자금을 지원해야 할 수도 있다.

대우건설 매각이 실패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할 내년 1월 15일 전까지 금호 측이 4조 원대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금호산업 등이 자본잠식에 빠지고 은행 부실이 늘어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 채권단은 매각 실패에 대비해 주요 계열사에 빌려준 대출채권을 자본금으로 전환(출자전환)하거나 금호와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을 사들여 은행이 대우건설을 공동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방안 모두 금호의 자본잠식을 막으려는 것이지만 출자전환은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의 경영권이 은행으로 넘어가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금호 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금호 “경영권에 집착 안한다”

금호그룹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계열사 매각이 지연되고 있을 뿐 경영권에 집착하진 않는다”며 “대우건설 매각 이후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주채권은행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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