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수출 순위 오르는데 일자리는 왜 안 늘어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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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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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한국의 수출이 지난해 세계 12위에서 올해는 9위로 오를 것이란 기사를 봤어요. 수출 순위는 오르는데 일자리는 왜 안 늘어나나요?

수출 세계 9위지만 액수는 작년 80% 수준
효자 품목, 제조업서 IT로 바뀐것도 이유

한국무역협회와 함께 무역에 대한 궁금증을 알아보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수출과 일자리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국 경제는 수출과 함께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업은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였고, 국민들은 일자리를 얻었죠. 정부도 ‘산업 역군’, ‘수출 전사’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수출을 독려했습니다.

덕분에 한국의 수출 규모는 1948년 1900만 달러(100위)에서 지난해 4220억 달러(12위)로 올랐습니다. 올해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출 순위가 더 올라 9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하지만 이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맞아 다른 나라보다 수출이 덜 감소했기 때문이지 수출액이 늘었기 때문은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의 올해 1∼9월 수출액은 260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0%에 불과하죠. 수출 순위가 올랐음에도 일자리가 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럼 수출과 일자리의 관계를 더 알아볼까요?

일반적으로 수출이 증가하면 기업이 신규채용을 늘리면서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하지만 수출이 증가한다고 언제나 일정한 속도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최근에는 수출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일자리 증가 폭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실제로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10억 원어치를 수출할 때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2000년 15.3개에서 2007년 9.4개로 줄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서도 수출이 100만 달러 늘어날 때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2003년 13.5개에서 2007년 10.1개로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죠.

전문가들은 한국의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수출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고 분석합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은 신발, 의류 등이었습니다. 노동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분야였기 때문에 수출이 늘면 그와 비례해 더 많은 근로자가 필요했죠.

반면 1990년대 중후반부터는 반도체,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산업이 주력 수출 업종으로 떠올랐습니다. 노동 투입보다 대규모 자본 투입과 기술 개발이 더 중요한 분야인 데다 핵심 부품소재는 일본이나 독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수출이 늘어나더라도 그만큼 일자리가 생기지 않게 된 것이죠.

게다가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분야의 수출 기업들은 한국의 높은 인건비를 견디지 못하고 생산기지를 대부분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옮겼습니다. 남아 있는 기업들도 공장 생산설비를 자동화한 탓에 수출이 늘어난다고 예전처럼 직원을 많이 뽑지는 않습니다.

수출이 예전만큼 일자리를 많이 늘리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수출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수출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기준으로 38.3%에 이릅니다. 미국이 8.4%, 일본이 16.3%인 것을 감안하면 수출이 한국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출과 일자리를 동시에 늘리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방법이 있냐고요? 찾아보면 있습니다.

먼저 일본, 독일 등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 부품소재를 국산화해야 합니다. 수출로 어렵게 벌어들인 외화가 유출되는 것을 막으면서 양질의 일자리도 만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죠.

또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주요 수출 품목의 우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새로운 분야의 수출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한국의 서비스 수출 세계 시장점유율은 1.9%로 중국 일본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서비스업 육성을 통해 내수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서비스 수출도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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