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Week]유럽-중동계 자금 얼마나 빠져나갈지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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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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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유예 요청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25일 두바이월드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채무상환유예를 선언했다.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두바이 정부의 디폴트를 우려했다. 26일 유럽 증시는 3%대의 폭락을 기록하며 7개월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안전자산인 달러는 치솟았고 국제 유가 등 상품 가격은 급락했다. 한국 증시도 4.68% 하락하며 공포심리가 극에 달했다.

다행스럽게 패닉 현상은 더는 확산되지 않았다. 유럽 증시는 급락 하루 만에 상승으로 돌아섰고 추수감사절 휴일로 유탄을 피했던 뉴욕 증시는 장 초반 급락세가 진정되며 다우지수가 1.48%의 하락 폭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번 사태는 두바이 정부의 무리한 투자 때문이다. 두바이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가 넘는 800억 달러의 부채를 조달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대출조건이 강화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두바이 부동산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자금 조달 및 차환 발행이 막히며 결국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지금 고민해야 할 부분은 두바이의 위기가 글로벌 위기로 확산되느냐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글로벌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먼저 채권단이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유예 요청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두바이 정부의 디폴트 가능성은 거의 없다. 두바이월드의 채권단은 대부분 아랍에미리트 금융기관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HSBC홀딩스와 바클레이스 같은 유럽계 금융사도 대세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아부다비 정부가 해결사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바이가 몰락하면 아랍에미리트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아부다비 정부가 이를 외면하기 어렵다.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 석유매장량의 95%를 보유한 최대 부국이다. 적절한 구조조정이 선행된다면 아부다비 정부가 두바이월드를 인수하며 해법을 찾을 것이다.

단기적으론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고 주식시장도 바닥을 잡기 전까지 불규칙 바운드를 동반할 수 있다. 몇 가지 잠재위험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일례로 유럽계 금융기관이 엉뚱한 곳에서 신용을 축소하고 대출을 회수하는 상황이다. 특히 동유럽 국가에서 대출을 회수한다면 의외로 사태가 확산될 수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는 것도 문제다. 중동 국부펀드가 해외 투자자산을 매각하거나 캐리 자금이 철수하면 신흥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번 한 주간이 사태의 확산 여부를 가늠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한국 시장으로 시야를 좁혀 본다면 외국인 매매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특히 유럽계와 중동계 자금의 이탈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 업종으로 본다면 건설과 은행업종이 반등할 것이냐도 궁금하다. 경제지표도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국내 지표에선 10월 산업생산과 11월 수출입동향을, 미국 지표에선 11월 ISM제조업지수와 실업률을 살펴봐야 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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