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 이상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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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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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84㎡형 프리미엄 한달만에 1억원까지 치솟아

“매수자들의 전화는 하루 수십 통씩 빗발치는데 정작 계약자들은 가격이 더 오를 거라며 팔 생각을 안 합니다.”

3.3m²당 2000만 원이 넘는 비싼 분양가에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인 서울 동작구 본동 ‘래미안 트윈파크’의 계약 마지막 날인 18일, 인근 중개업소에서 거래된 분양권 프리미엄이 분양 후 약 한 달 만에 채당 1억 원까지 치솟았다. 공급면적 32평(107m²·전용면적 84m²)의 분양가는 인근에 있는 울트라유원아파트(전용면적 84m²·6억 원)의 시세보다 1억 원 이상 비싼 7억4000만 원 수준으로 프리미엄(최대 1억 원)을 감안하면 래미안 트윈파크는 주변 아파트보다 2억 원 이상 비싼 셈이다.

S공인중개사 사장은 “신규분양 및 재개발이나 재건축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나 전매 제한이 없는 데다 양도세 혜택까지 주어져 이들 아파트의 분양권은 투자 목적으로 매입하려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 분양가 높아도 청약자 줄이어

연초까지만 해도 미분양 아파트 털어내기에 고심하던 건설사들이 최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가를 공격적으로 책정하고 있고 프리미엄도 덩달아 높게 형성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1단지아파트를 재건축해 분양한 고덕아이파크의 평균 분양가는 3.3m²당 2648만 원. 일부 평형은 3000만 원을 넘어서며 ‘고분양가 논란’까지 불거졌지만 청약 결과 1순위에서 평균 1.85 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이곳의 분양가는 주변보다 3.3m²당 200만 원 비싸고 프리미엄도 전용면적 85m²의 경우 3000만 원가량이 붙어있다.

본동 래미안 트윈파크도 인근 아파트 단지보다 분양가가 3.3m²당 350만 원가량 비쌌는데도 최고 4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25일 동부건설이 용산구 동자동 동자4구역을 재개발해 분양할 예정인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도 평균 분양가가 3.3m²당 2650만 원으로 일부 대형 평형은 3400만 원이 넘는다.

분양가가 높아지는 것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받는 기존 아파트 매매 시장이 위축된 대신 분양시장이 달아오르면서 분양가가 다소 비싸도 청약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또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 혜택이 내년 2월 11일로 종료되면서 막바지 세제 혜택을 누리려는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분양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분양을 앞둔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으면 미분양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걱정돼 시세 수준으로 정하려 해도 재개발·재건축조합 측에서 추가 부담금을 낮추기 위해 높게 책정할 것을 요구해 분양가 산정에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 시장 위축 땐 손해 볼 수도

그러나 당장 대출 부담이 적은 신규 분양 아파트라도 시장이 갑자기 위축돼 매물이 쏟아지면 투자자만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을 수 있다. 올해 9월 분양 열기를 주도하며 1년의 전매 제한에도 5000만 원까지 웃돈이 붙었던 경기 남양주시 별내신도시는 최근 과열된 시장이 잠잠해지며 프리미엄이 크게 줄었다.

2006년 고가 분양 논란을 일으켰던 경기 파주시 교하읍 한라비발디 아파트도 당시엔 인근 지역 시세보다 비싼 3.3m²당 1200만∼1500만 원에 분양됐지만 입주가 시작된 지금은 시세가 분양가보다 1000만∼2000만 원 싸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시장이 안정되면 거품이 빠져 웃돈을 주고 투자한 사람들만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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