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돈 움직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0일 2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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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떨어지던 주가가 하락을 멈추자 투자자의 시선은 '부자들의 돈'에 쏠리고 있다. 다른 자금이 움직이기 전에 길목을 지키고, 될성부른 곳에만 투자해 수익을 남긴다고 해서 '눈이 달렸다'는 부자들의 돈이 이번에는 어디로 움직일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본보 증권팀이 10일 주요 은행, 증권회사의 프라이빗뱅커(PB) 10명을 인터뷰한 결과 10억~수백 억 원대의 금융자산을 가진 부자들은 주가가 조정을 받자 오히려 투자의 기회로 삼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이후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을 좋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또 비과세 혜택이 끝나는 해외펀드를 집중 해지하는 대신 국내 펀드로 말을 갈아탔다.

PB들은 또 이번 금융위기를 겪은 뒤 '기다리면 경제와 주식시장은 반드시 회복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하는 자산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 10%대 연 수익률 노린 세금우대형 상품 위주 투자

부자들이 최근 관심을 갖는 금융상품은 연 10% 내외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주는 상품이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10%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 예전보다 늘어났다.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상품 가운데는 자산배분형 펀드가 인기다.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 PB센터 최현주 팀장은 '변동성 펀드'의 수요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변동성 펀드는 주가가 오르면 주식비중을 최대 20% 내외까지 줄이는 대신 채권이나 은행 정기예금 상품에 투자하다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비중을 90%까지 늘리는 상품이다. 주식 혼합형 펀드가 주식비중이 60%로 제한된 것과 달리 주식편입비중을 자유로이 조절할 수 있다. 최 팀장은 "특히 주식거래분은 비과세되기 때문에 세금도 줄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까지 여의도 PB센터장을 했던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이동희 부장도 "코스피 지수를 넘는 수익률을 내려하기 보다는 주식과 현금의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자산배분형 펀드가 인기"라고 말했다. 벤치마크를 따라가는 속도는 느려도 추세가 오르는 걸 확인한 뒤 주식편입 비중을 늘리기 때문에 수익이 안정적이라는 것.

주가연계증권(ELS)도 각광받는다. 일정기간 내 특정비율만큼 주가가 하락하지 않으면 확정금리를 주는 형태의 ELS는 올해 내내 인기상품이었다. 삼성증권 테헤란 지점 류남현 부장은 "주가가 아무리 조정을 받아도 1,300대로 내려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은행이자보다 높은 확정금리를 주는 ELS 상품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는 해외펀드를 환매한 사람들은 우량주나 가치주 중심의 국내 펀드로 갈아타는 사람들도 많다.

● 시장의 회복력을 믿는다

왜 부자들의 돈엔 눈이 달렸다는 평가를 받을까? 인터뷰에 응한 PB들은 "부자들은 연 평균 10%의 수익률을 꾸준히 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에는 일시적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기도 했지만 시장이 회복되기를 기다렸고, 대부분 연간 10%를 전후한 수익을 올렸다는 것.

국민은행 신동일 압구정 PB센터 팀장은 "부자들은 당장 필요한 자금이 아니라 여윳돈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기다릴 줄 안다"며 "한탕을 바라지 않고 목표수익률이 10%로 낮기 때문에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 개미들이 배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기대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

대우증권 이성로 WM클래스압구정지점 PB는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무조건 수익을 많이 낼 것을 요구하는 고객도 있었다"며 "하지만 요즘은 연 10% 정도의 수익이 나면 만족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경제지표에 관심을 갖고 긴 안목으로 연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금융위기로 시장의 회복력을 확인한 사람들도 늘었다. 한국증권 이동희 부장은 "과거에는 주가가 떨어지면 '원금이 언제 회복되느냐'고 묻던 사람들이 '언제 주식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보느냐'고 질문을 바꿨다"며 "실제 한국 주식시장의 회복력이 2000년을 기점으로 변했기 때문에 기다리면 된다고 설득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의 주식시장 회복력은 2000년을 기점으로 훨씬 탄력이 생겼다. 1980~1990년대 주가그래프를 보면 두 번의 큰 봉우리가 있는데 그 모양이 뚱뚱하다. 주가가 정점에 올랐을 때 투자를 했다면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되는데 4~5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 이후는 그 간격이 1,2년이어서 봉우리의 모양이 날씬하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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