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는 골프공을 좋아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6일 1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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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소재 비슷…고무 제조사들 골프사업 진출 잇따라

'바람의 아들'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은 올해 PGA챔피언십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우승하며 한국 골프의 자존심을 세계만방에 떨쳤다. 그런 그가 사용하고 있는 골프 용품의 국산화율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 외제이며 골프공 안에 들어가는 코어 소재만이 유일하게 국산이라는 게 후원사인 테일러메이드 측의 설명이다.

양용은이 쓰는 테일러메이드 'TP 레드' 골프공은 금호석유화학이 2006년부터 납품하고 있는 '네오디뮴 부타디엔 고무(NDBR)'를 채택했다. NDBR은 내마모성과 내발열성이 우수한 소재로 골프공뿐 아니라 타이어, 신발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테일러메이드뿐 아니라 타이틀리스트, 톱플라이트 등 유명 골프업체에도 제품 공급을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의 자매사인 금호타이어는 1992년부터 '포스'라는 브랜드의 골프공을 자체 생산해오다 2002년 매각했다.

이처럼 타이어 업체 중에는 언뜻 보면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골프공 사업에 뛰어든 사례가 적지 않다. 타이어 제조에 사용되는 고무가 골프공의 성분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국내 타이어 업체인 넥센은 1990년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파맥스'라는 골프공을 출시한 뒤 1995년 '빅야드'라는 브랜드를 내놓았다.

'Pro V1'을 앞세워 골프공 점유율 1위인 타이틀리스트 브랜드를 갖고 있는 아쿠쉬네트 컴퍼니는 1910년 미국 보스턴 인근에서 고무 처리 제품 제조업체로 설립됐다. 세계대전 기간에는 미군과 연합군에 방독면을 공급해 큰 이익을 봤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주 필립 E 영은 골프 마니아로 평소 골프공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형편없는 품질의 공에 실망한 나머지 아예 1932년 타이틀리스트 공을 생산해 대박을 터뜨렸다. 아쿠쉬네트 컴퍼니는 1985년 풋조이를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장했고 1994년에는 고무 사업부를 매각했다.

일본의 골프용품 업체 던롭 스릭슨은 던롭타이어의 스미토모 고무 공업(SRI) 스포츠사업부에서 골프 클럽을 만든다. 그 유래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수의사였던 존 보이드 던롭은 1888년 세계 최초로 공기 타이어를 발명한 데 이어 1909년 현대적 개념의 딤플 형태를 지닌 던롭 골프공을 생산했다. 일본 시장 공략에도 나서 1930년 골프공을 출시했다. 1963년 던롭의 경영권을 인수한 SRI는 1964년 공뿐 아니라 클럽 생산에도 나섰다.

투어스테이지는 1931년 설립된 고무 플라스틱 제조회사인 브리지스톤이 모기업이다. 1935년부터 타이어를 생산하고 남은 고무로 골프공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프로기어(PRGR)의 모체도 1917년 창립한 타이어 회사인 요코하마 고무로 1983년 스포츠 사업 분야에 진출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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