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챔피언’ 해외 기업들]<하>친환경 경영 시스템이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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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4일 03시 00분


■ 日 시마즈제작소
유럽 ‘유해물질 제한’ 발효에
‘친환경 계측기’ 마케팅으로
매출 年10% 성장 이끌기도

지난달 20일 일본 교토(京都) 시 나카교(中京) 구의 주택가. 다세대주택들 사이로 불쑥 공장지대가 나타났다. 물체의 질량과 성분 등을 분석하는 계측기와 의료기기를 만드는 시마즈제작소였다. 이 회사가 1919년 이곳에 터를 잡을 때만 해도 이곳은 교토 시 외곽이었다. 화학 성분 계측기를 만들기 위해선 화학물질을 일상적으로 다뤄야 하기 때문에 시 외곽에 공장을 지은 것이다.

처음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도시가 성장하면서 주택들이 시 외곽까지 들어섰다. 시마즈제작소는 회사를 옮기는 대신 주민들과 어울려 사는 길을 택했다.

○ 지구환경관리실의 ‘녹색 생각’

시마즈제작소의 ‘지구환경관리실’은 회사 내 다양한 부서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모여 회사의 환경 경영을 이끄는 부서다. 쓰레기를
분류 배출하는 작은 실천부터 ‘녹색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일까지 업무 영역도 넓다. 사진은 지구환경관리실의
아이디어로 공장 벽에 설치한 태양전지 패널. 모서리의 검은 부분이 태양전지다. 교토=김상훈 기자
시마즈제작소의 ‘지구환경관리실’은 회사 내 다양한 부서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모여 회사의 환경 경영을 이끄는 부서다. 쓰레기를 분류 배출하는 작은 실천부터 ‘녹색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일까지 업무 영역도 넓다. 사진은 지구환경관리실의 아이디어로 공장 벽에 설치한 태양전지 패널. 모서리의 검은 부분이 태양전지다. 교토=김상훈 기자
주민들도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 잡게 된 공장을 반대하지 않았다. 시마즈제작소 내에 있는 ‘지구환경관리실’이란 부서 덕분이었다. 이들은 지역 주민에게 신뢰를 주고 회사를 친환경적으로 바꿔가며 이를 통해 사업 기회도 만들어낸다.

지구환경관리실은 1만여 명에 이르는 시마즈 본사 직원들의 생활양식부터 바꿨다. 사내 120여 곳에 ‘에코스테이션’이라는 쓰레기장을 만들어 쓰레기를 28가지로 분류해 배출하도록 하고 매년 모든 직원에게 최소 2.5시간의 의무적인 환경 교육을 받게 했다. 이 과정에서 걷은 폐지와 폐목재는 재활용 업체에 판매한다. 그리고 재활용 업체가 만든 재생지 공책과 재생목재 활성탄을 다시 사들여 업무에 사용하거나 기념품으로 선물한다. 직원들의 자리 위 형광등에는 개인별로 조명을 켜고 끌 수 있도록 스위치를 달아 연 320만 엔(약 4200만 원)의 전기료도 아꼈다.

의무적으로 하는 환경 교육도 교재와 카드 게임, 수많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자체 개발해 수준을 높였다. 이 가운데 멸종 위기 동물을 알아맞히는 게임인 ‘바이다이’(Bidi·생물 다양성을 뜻하는 ‘bio-diversity’에서 따온 이름) 카드 게임은 일본 문부과학성의 공식 환경 교육 교재로 채택돼 시중에서 판매한다. 지구환경관리실 직원은 직접 강사가 돼 교토 시 초등학생들에게 환경보호 교육을 한다. 시마즈제작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안희경 박사는 “시마즈제작소의 외부 환경교육 강사는 지구환경관리실의 젊은 사원들이 맡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익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 녹색 매출을 만들다


지구환경관리실은 시마즈의 주력 제품인 계측기를 ‘환경 제품’으로 재설정해 새로운 시장도 열었다. 2003년 유럽에서 ‘유해물질 사용제한 지침(RoHS)’이 발효되자 ‘EDX’라는 계측기를 유해물질 분석기로 마케팅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EDX는 단순히 물질의 성분을 분석하는 장비였지만 플라스틱, 회로기판 등 다양한 공산품의 재료와 부품의 유해 성분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는 소니가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받은 부품에 중금속이 섞인 것도 모른 채 네덜란드로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수출했다가 수입금지 조치를 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이를 계기로 일본에선 유해물질 측정기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이에 따라 2003년까지 2000억 엔 수준이었던 이 회사의 매출액은 대당 2000만 엔이 넘는 EDX 판매가 늘면서 매년 10%가량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2800억 엔 가까이로 늘었다. 이 가운데 EDX를 비롯한 계측기 판매가 56%를 차지했다.

○ 정부 지원을 잘 활용하다

회사의 겉모습도 바뀌었다. 지구환경관리실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정부의 각종 지원책을 100% 활용하자고 건의한 덕분이었다. 공장 벽에는 태양전지 패널을 설치했다. 이 태양전지는 4층 공장 가운데 1개 층에 사용되는 전기를 생산한다. 시설비의 절반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원했다. 그 옆 분석계측기기 사업부 건물 옥상에는 꽃과 잔디, 땅콩을 심어놓은 옥상정원도 있다. 옥상정원 설치비 400만 엔 가운데 절반은 교토 시가 부담했다.

사토 다쓰미 지구환경관리실장은 “세계 각국의 정부가 비슷한 정책을 쓰는 것으로 아는데 중요한 건 이런 사업에 가장 먼저 참여해 지원금을 받아내는 것”이라며 “시마즈는 이를 전담하는 지구환경관리실이 있어 속도전에서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교토=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독일 헨켈
“효율성 보다는 환경원칙 지켜졌나”
사회책임팀서 중요 의사결정 점검

헨켈의 지속성장위원회는 사내 모든 부서의 주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결정이 내려지도록 한다.
사진은 뒤셀도르프의 헨켈 본사. 왼쪽은 ‘늘 고객을 바라본다’는 뜻의 직원 교육용 조형물이다. 뒤셀도르프=김상훈 기자

헨켈의 지속성장위원회는 사내 모든 부서의 주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결정이 내려지도록 한다. 사진은 뒤셀도르프의 헨켈 본사. 왼쪽은 ‘늘 고객을 바라본다’는 뜻의 직원 교육용 조형물이다. 뒤셀도르프=김상훈 기자
지난해 말 독일의 생활용품업체 헨켈의 마케팅팀은 ‘테라’라는 세제 브랜드를 새로 내놓는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테라는 100%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만들 예정이었다. 문제는 ‘테라’가 이 회사의 주력 세제 제품인 ‘퍼실’의 매출을 깎아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팀’이다. CSR팀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의장을 맡고 최고인사담당임원(CHO), 최고마케팅임원(CMO) 등 ‘C레벨’의 최고경영진이 모두 참여하는 ‘지속성장위원회’의 실무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지속성장위원회는 환경 문제를 포함해 사회적 경제적인 면에서 헨켈의 지속가능성 이슈를 다룬다. 결국 회사의 이미지, 제품 라인업 등을 전체적으로 살핀 CSR의 판단 덕분에 ‘테라’는 올해 초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헨켈은 세계 최초의 세제 ‘퍼실’을 비롯해 살충제 ‘홈키파’, 딱풀 ‘프릿’ 등을 만드는 회사다. 이런 제품군에서 풍기는 인상과 달리 14일 찾아간 이 회사 어디에서도 약품냄새가 나지 않았다. 화학제품을 만드는 특성상 환경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헨켈의 경영방침 때문이다.

헨켈은 창업 초기 자신들이 만든 세제 거품으로 라인 강이 오염돼 사회 문제가 됐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 회사는 최고위경영진으로 지속성장위원회를 구성했다. 다른 기업에서는 이 같은 조직을 담당 임원이 총괄하고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조직 구성 덕분에 CSR팀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신제품을 선보이는 일 외에도 헨켈의 모든 사업부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면 늘 CSR팀과 협의한다. 크리스틴 슈나이더 CSR 매니저는 “모든 부서가 일일이 CSR팀과 상의하는 시스템이 빠르고 효율적이진 않지만 우리는 천천히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뒤셀도르프=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스위스 네슬레
‘환경+협업’기치 알루미늄 캡슐 재활용


스위스 식품회사 네슬레의 커피 브랜드인 네스프레소는 조그만 알루미늄 캡슐에 커피를 담아 간편하게 에스프레소 커피를 만드는 기계를 판매한다. 이 회사는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에코래보레이션’ 캠페인으로 유명하다. 에코래보레이션이란 환경(eco)과 협업(collaboration)의 합성어로 기업과 소비자, 생산자, 재활용 업체가 모두 가치를 나눠 가져야 한다는 캠페인이다. 네스프레소 사업부는 소비자에게는 재활용에 참여하도록 요청하고 커피농가의 커피를 직접 구매해 농가 수익을 늘려준다.

지난달 13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네스프레소 매장에서 에코래보레이션이 이뤄지는 현장을 볼 수 있었다. 네스프레소가 직영하는 이곳에는 독특한 재활용 공간이 눈에 띄었다. 매장 한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설치된 대형 쓰레기통이었다. 이 통은 가정에서 마신 에스프레소 커피 캡슐을 수거하기 위한 것이다.

매장 직원 밀 애레슈 소니아 씨는 “지난해 8월 문을 열었을 땐 캡슐을 반납하는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하루 수십 명이 찾아올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하루에 수거되는 알루미늄 캡슐은 1000여 개로 120L들이 재활용 봉투 1개 분량이다.

파리=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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