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녹색委“온실가스 2020년 30%감축” 결정… 정부 내서도 논란

  • Array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21% - 27% - 30%세가지 시나리오중 가장 높은 목표 선택

녹색위 “이참에 확 줄이자”
“높아진 국제위상에 걸맞고 장기적으로 보면 이득 많아”
‘현 정부 핵심정책’ 고려도

지경부-산업계 “무리한 목표”
“기업 빠져나가면 고용 줄어
생산원가 - 전기료 인상 등 국 국민부담 커질 것”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202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은 3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감축량이 가장 많은 ‘시나리오 3’으로 결정한 것이 확인됐다. 녹색위 관계자는 27일 “여론 수렴과 국회 토론회 결과 202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 정책을 유지할 때 예상되는 배출 전망치(BAU·Business As Usual)’ 대비 30% 줄이는 방안을 내부 안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녹색위는 이번 주 정부 각 부처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다음 달 5일 열릴 예정인 제6차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내용을 보고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 내 다른 부처와 산업계의 반발이 심해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미지수다.

○ 경제적 실리와 정치적 고려 사이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일본은 국내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2012년 목표기간에 1990년 시점과 비교해 6%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회의 개최국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반대였다. 2006년 기준 일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보다 오히려 6.4% 늘어났다. 녹색위가 시나리오 3을 내부 안으로 확정한 것을 놓고 일부에서는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녹색위는 8월에 202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BAU 대비 각각 21%, 27%, 30% 줄이는 3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이는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이산화탄소 5억9400만 t)과 비교하면 각각 △8% 증가 △동결 △4% 감소에 해당한다.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국제적 약속인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한국은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이 아니다. 이번에 감축안을 확정하려는 것은 주요 20개국(G20) 진입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회의를 전후해 최종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이 내년 G20 의장국인 데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가 ‘저탄소 녹색성장’이기 때문에 ‘정치적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공론화 실패 지적

하지만 산업계와 일부 정부 부처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결정이) 남이 장에 가니까 거름지고 장에 가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장들은 26일 “온실가스 감축이 공론화 과정 없이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녹색위 고위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얘기이다 보니까 아는 사람들끼리만 얘기를 주고받은 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현재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산업계다. 녹색위는 온실가스 배출을 더는 줄이기 힘들 정도로 이미 에너지 효율이 높은 산업계에는 감축 의무를 최소한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 등 녹색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은 더욱더 생산원가가 올라가고 설비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박태진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상품이나 전기 등의 원가 인상이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고 기업들이 공장을 해외에 지을 가능성이 높아져 일자리 창출에 역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산업계의 감축 의무를 줄이려면 건물이나 교통 부문에서 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 부분은 국민 생활방식을 바꾸어야 해 감축량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 “강력한 녹색 드라이브 필요” 의견도

전문가들은 녹색위가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시나리오를 만들 때는 경제성장률, 산업구조, 유가 전망 등 여러 가정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복잡한 계산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녹색위는 결론 도출 과정이나 업종별 부문별 감축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녹색위 관계자는 “어떤 나라도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진 않는다”며 “10개월 동안 8개 국책연구기관 전문가 20여 명이 연구했고 전문가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등과 같이 녹색위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도입하기로 한 여러 기술 중에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10년은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 3만, 4만 달러로 갈 수 있느냐의 기로다. 일본을 보면 1970∼2000년대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되면서 에너지소비가 약 2배로 늘었다. 무리한 감축목표는 경제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녹색위는 저탄소 사회로의 변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많다고 본다. 녹색위 손옥주 과장은 “과거 온실가스 감축은 고통과 규제의 요소가 많았는데 정부의 녹색성장 방안이 이를 긍정적으로 바꾸며 국제사회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기업에 적당한 부담을 주며 녹색성장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나라의 체면도 살리면서 경제적인 실리도 챙기는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