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애플-GE엔 있고, 쇠락 기업엔 없었던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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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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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 신사업 아이디어만이
기존 게임의 법칙 바꿀수 있어
새 트렌드 창출까지 모색해야

제너럴일렉트릭(GE), 디즈니, 3M 등은 사업다각화의 성공신화를 만들었지만 AT&T, 엔론, K마트 등은 실패했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사업다각화 전략이 필요하다. DBR 그래픽
제너럴일렉트릭(GE), 디즈니, 3M 등은 사업다각화의 성공신화를 만들었지만 AT&T, 엔론, K마트 등은 실패했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사업다각화 전략이 필요하다. DBR 그래픽
글로벌 기업인 애플, 제너럴일렉트릭(GE), IBM의 사업영역은 각각 다르지만 닮은꼴의 특징이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침체 일로의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유호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쌍용그룹과 진로그룹 등 국내 우량 기업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유는 잘못된 신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며 “신사업은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실패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3호(10월 15일자)는 기존 사업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며 새로운 시장과 사업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신사업 방법론’을 소개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요약.

○ 신사업 본질을 꿰뚫는 네 가지 질문

유 책임연구원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신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고객’, ‘경쟁’, ‘역량‘이라는 사업의 세 가지 핵심요소를 짚어보면서 네 가지를 자문하라고 조언했다.

첫째, 통계자료 속에 감춰진 고객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일반적인 시장자료로는 고객이 스스로 말하지 않는 내재적 요구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선진기업은 다르다. 예를 들어 인텔은 심리학자와 인류학자, 마케팅담당자, 개발담당자, 재무담당자가 한 팀을 구성하고 브라질 빈민, 알래스카 어부 등 세계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섞여 지내며 신사업 기회를 찾는다.

둘째, 신사업 아이디어가 기존 게임의 법칙을 바꿀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게임법칙을 바꾸지 못하는 전략과 전술은 경쟁자가 쉽게 모방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달리 유용한 소프트웨어를 대부분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주에게 광고를 파는 사업모델로 과거 인터넷업계에 통용됐던 게임의 법칙을 바꿨다.

자사의 내부역량에만 신경을 쓰는 근시안적 시각도 피해야 한다. 애플 아이팟은 인터넷으로 수많은 음악 콘텐츠를 편리하게 제공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애플은 이 과정에서 외부 기업과 적극적인 제휴를 맺어 서비스를 구현했다. 내부 역량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근시안적 사고에 머물러서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없다.

마지막으로 신사업으로 새로운 시장 트렌드를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애플은 아이팟의 문화, 이른바 ‘아이라이프(iLife)’ 트렌드가 대중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엄청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었다.

○ 365일 신사업 발굴 체계를 구축하라

3M,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고 실행했다. 이들 회사는 업무시간의 일부를 신사업 발굴에 쓰도록 배려한다. 시스코는 매년 ‘혁신적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어 신사업 아이디어를 찾는다.

국내 대기업도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365일 신사업 발굴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일례로 SK텔레콤은 올해 9월부터 전사 차원의 상시 신사업 발굴 프로그램인 ‘비즈 인큐베이션(T두드림)’을 도입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한 쪽 분량의 사업제안 보고서를 사내 정보시스템 내의 ‘T두드림’에 올린다. 정만원 사장이 직접 매주 접수된 보고서를 심사하고 가능성이 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골라낸다. 이 단계를 통과하면 구체적인 사업계획서 작성 기회가 주어지며 인력과 자금도 지원된다. 직원들의 사업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고참 대리급과 과장급의 ‘젊은 선수’로 구성된 사내 컨설턴트 18명도 선발했다.

○ 기존 산업에서의 성장 가능성부터 점검

권구혁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한국 기업의 사업다각화 준비는 매우 소홀하다”며 “기존 산업 내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보고 가능성이 없을 때 다른 분야로의 다각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사업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면 사업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먼저 해당 산업에 진출해 자본 비용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시장의 매력도’를 테스트해야 한다. 이어 새로운 산업에 진출할 때 진입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인 ‘진입비용 테스트’와 신규 사업과 기존 사업의 ‘시너지 효과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권 교수는 이외에도 ‘모기업 이점 테스트’를 강조했다. 신규 사업이 해당 회사 주력사업의 핵심 성공 요인과 유사성을 갖지 못하면 사업다각화는 성공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권 교수는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출을 예로 들었다. 그는 “삼성그룹은 글로벌 자동차시장 규모가 크고, 자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으며, 전자와 자동차산업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논리를 들어 처음 세 가지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마지막 테스트인 ‘삼성그룹이 자동차산업의 부모 노릇을 하는 데 가장 적임자인가’라는 테스트를 통과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3호(2009년 10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Harvard Business Review/“逆혁신은 산소다” GE의 생존전략

GE를 비롯한 제조업체들은 지난 수십 년간 자국에서 우수한 제품을 개발한 다음 제품을 변형해 해외시장을 공략해왔다. 하지만 부유한 국가들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이 모델로는 충분치 않다. 이제는 개발도상국의 기회를 활용하고, 부유한 국가의 고부가가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중국 인도 등에서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세계시장에 판매하는 ‘역(逆)혁신’ 전략을 익혀야 한다.

▼회계를 통해 본 세상/엔론 몰락 가져온 잘못된 보상체계

미국 동부의 작은 에너지기업이었던 엔론은 끊임없는 인수합병(M&A)으로 한때 미국 5위의 대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엔론은 M&A와 신사업 분야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실제 발생한 이익이 아니라 계약이 체결되거나 신사업을 시작한 시점에서 미래 이익을 추정해 그 일부를 경영진의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엔론 경영진은 계속 신사업을 벌이는 데만 집중했을 뿐 이미 계약을 체결한 사업의 운영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결국 엔론은 파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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