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이통업계, 입씨름보다 서비스로 ‘플러스경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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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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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폭 놓고 SKT-KT 이견
소비자는 홍보전 신경 안써

최근 KT와 SK텔레콤이 휴대전화와 인터넷전화가 모두 가능한 전화를 만들거나 인터넷전화 요금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통신료를 절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질 좋은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들이자는 취지입니다.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일단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발표 과정에서 자사 서비스 효과를 부풀리거나 상대 통신사의 서비스를 깎아내리는 바람에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습니다.

SK텔레콤은 21일 유무선대체(FMS)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월평균 음성통화료를 2만1600원 내는 소비자는 8610원(39.9%)을 아낄 수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소비자는 기본료 2000원을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절감액은 6610원입니다. 따라서 할인율이 30.6%이므로 할인 효과가 과장된 셈이지요.

SK텔레콤은 당초 요금 인하 폭을 예시하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막판에 이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T가 14일 유무선융합(FMC)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인하율을 제시했는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내부 의견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SK텔레콤은 더 나아가 KT의 FMC 서비스에 대해 한 지점당 이용 반경이 20∼30m로 SK텔레콤(50∼100m)보다 좁고, 무선공유기(AP)를 따로 설치해야 하며 전화기도 따로 사야 한다는 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KT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KT는 SK텔레콤의 실질적인 할인율이 39.9%가 아니라 11.2%에 그친다고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SK텔레콤이 이번 발표에서 유선전화로 휴대전화에 거는 비율을 20%, 유선전화로 유선전화에 거는 비율을 80%로 적용해 평균적인 사용 형태가 아니라 할인율이 가장 높게 나오는 방식으로 계산했다는 겁니다.

어느 쪽이 맞느냐 따지기에 앞서서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홍보전은 무의미합니다. 요금 인하 폭은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것일 뿐 사용자마다 통화 패턴이 달라 요금 할인 폭은 각자 다르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간 통신사들은 상대편의 고객을 빼앗아 오기 위해 보조금을 늘리는 경쟁을 벌여 왔습니다. 그 결과 장기 우량고객은 ‘메뚜기족’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통신사의 영업이익률도 떨어졌습니다.

앞으로 통신 융복합화가 가속화되면서 이동통신사들도 서비스의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할 것입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전초전’에서부터 소비자가 아니라 경쟁사를 대상으로 한 ‘마이너스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이전투구가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김유영 산업부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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