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EU도, 韓美도 FTA 빠른 발효가 중요하다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2시 55분


코멘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어제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가(假)서명했다. 가서명은 협정문을 번복하거나 수정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통상(通商) 절차다. 양측은 내년 1, 2월 정식서명을 하고 각기 비준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7월 FTA를 발효할 예정이다.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는 5억 명의 인구와 18조4000억 달러의 경제규모를 지닌 세계 최대 단일시장이다. 한국과 EU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보호무역주의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자유무역 확산을 향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번 FTA 체결은 상호 교역 증진에 따른 경제적 혜택 확대와 함께 두 지역 간 우호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03년 칠레와 FTA를 체결할 때만 해도 ‘FTA 후진국’이었던 한국은 이후 아세안 미국 인도 EU와 잇달아 FTA를 체결함으로써 이제는 ‘FTA 선진국’이란 평가를 받는다. 아시아에서 미국 EU 인도와 모두 FTA를 체결한 유일한 나라다. 앞으로 ‘중동 자원 부국(富國)’ 연합체인 걸프협력회의(GCC)를 비롯해 호주 페루 러시아와의 FTA 협상에도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장기 과제로 논의된 중국 일본과의 FTA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큰 방향에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FTA는 협정에 서명하더라도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2007년 6월 서명한 한미 FTA는 2년이 지난 지금도 두 나라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EU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FTA 정식서명이 끝나는 대로 신속한 발효를 위해 비준 절차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미국 공화당의 지한파(知韓派) 의원인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은 최근 “한미 FTA가 아직 비준되지 않고 있는 것은 동맹국에 대한 모욕이자 미국 기업들의 통상 기회 상실을 뜻한다”며 미 의회의 지연을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와 의회는 한미 통상 및 우호 증진에 기여할 FTA의 비준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우리 국회도 어렵게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하고도 일부 야당의 ‘발목잡기’로 허송세월하고 있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