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 마케팅에 백화점 활로 있다”

  • 입력 2009년 10월 14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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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소매업협회장이 보는 유통의 미래

《백화점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14∼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14회 아시아태평양 소매업자대회’ 참석차 방한한 나카무라 다네오(中村種南) 일본 소매업협회장과 이철우 한국 소매업협회장(롯데쇼핑 대표이사)이 13일 만났다. 도쿄 상공회의소 고문과 일본 최초 백화점 미쓰코시(三越)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나카무라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쇼핑을 방문해 이 회장과 1시간 반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VIP서비스 인상적… 다양한 유통채널 부러워”
“외환위기가 쓴약… 소비자 도심회귀로 미래 긍정적”

미쓰코시에 1961년 입사해 2005년 CEO에 올랐던 나카무라 회장과 롯데백화점을 이끄는 이 회장은 소매업 중에서도 특히 백화점에 각별한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유통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양국 백화점이 도전을 맞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백화점업계는 12년 연속 매출 하락세를 보이다 급기야 지난해 말 7조1700억 엔(2008년 연평균 환율 적용 약 77조 원)의 매출로 편의점업계(7조8000억 엔·약 84조 원)에 역전 당했다. 백화점의 굴욕인 셈이다. 지난해엔 미쓰코시(당시 업계 3위)와 이세탄(4위)이 경영 통합을 선언하고 ‘미쓰코시 이세탄 홀딩스’를 출범시켰다. 2003년 소고와 세이부의 합병 이후엔 온통 구조조정 열풍이 일고 있다. 경영이 부진한 백화점 20여 곳이 곧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 그럴까. 전후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단카이(團塊) 세대’는 설령 수중에 돈이 있다 하더라도 쇼핑할 힘은 별로 없다. 어떻게든 돈을 모은 젊은 여성들은 해외에서 명품을 산다. 지하철 역세권을 중심으로 빼곡히 들어서는 편의점에선 보험료 수납과 100엔대 초저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생활의 편의를 더한다.

나카무라 회장은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를 겪는 일본 백화점업계의 화두는 ‘선택과 집중’입니다. 고객이 찾는 백화점만 살아남습니다. 그래서 미쓰코시와 이세탄도 지난해 합친 겁니다. 336년 역사의 미쓰코시는 전람회 등 문화적 성격이 짙었고, 이세탄은 ‘패션의 이세탄’으로 불릴 만큼 패션이 강했으니까요. ‘1+1=1.8’이 아니라 ‘1+1=2.5’가 되는 통합이 필요한 거죠.” 그렇다면 한국은. 이 회장은 “우린 11년 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지금 일본이 겪는 과정을 이미 경험했다”며 “당시 지방 중소 백화점들을 인수한 대형 백화점들이 이젠 수익성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1등 백화점인 롯데백화점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5%, 일본 1등 백화점인 다카시마야의 ROE는 6.5%다. 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ROE는 회사가 투자자의 돈으로 얼마나 이익을 올리는지 보여준다. 한국 백화점이 일본보다는 장사를 더 잘한다는 뜻이다.

양국 백화점의 경쟁자는 바로 온라인쇼핑몰이다. 미쓰코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온라인 서비스를 해 왔지만 일본 최대 단독 온라인쇼핑몰인 ‘라쿠텐(樂天)’을 이길 수는 없었다고 한다. 나카무라 회장은 “온라인몰과 경쟁하기 위해 4대째 고객 구성원까지 챙기는 ‘오초바(お帳場·대를 이은 장부 관리) 제도’를 확대하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노인들을 위해 집에 찾아가는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했다.

둘은 한국에서 사회적 이슈가 된 대기업 슈퍼마켓(SSM)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나카무라 회장이 “일본에서는 교외에 대형마트를 열 때 지자체 허가를 받는 쪽으로 최근 규제가 강화됐다”고 말하자, 이 회장은 “결국 소비자들의 편익이 얼마나 증대되는가를 사회적 잣대로 삼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일본에선 잠금장치가 부실한 에코 백(장바구니)이 일상의 패션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소매치기가 늘어나기도 했다고 나카무라 회장이 전했다.

나카무라 회장과 이 회장은 요즘 소비자들의 ‘도심으로의 회귀’ 현상에서 백화점의 미래를 찾고 있었다. 사람들이 편의점과 온라인에서 더욱 편리한 것을 찾았다면, 백화점이란 공간에선 인간적인 이야깃거리를 주겠다는 것이다. ‘유통, 생활과 경제의 미래’란 이번 ‘아태 소매업자대회’의 주제를 이들에게 질문했다. 이 회장은 “인간 생활의 풍요”라고 했고, 나카무라 회장은 ‘이노베이션, 콜래보레이션, 세계화, 스피드’라고 답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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