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해외 주식형 펀드 줄줄이 환매

  • 입력 2009년 10월 14일 02시 57분


코멘트
21일 연속 4401억 순유출… 브릭스펀드 많이 빠져
“환매 심했던 국내펀드로 재투자될 가능성 많아져”

올해 4월 이후 크게 늘었던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이달 들어 진정되고 있다. 그 대신 원금회복 구간에 속속 진입한 해외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를 가장 많이 환매한 창구는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국민은행 순으로 조사됐다. 이들 창구는 많이 판 만큼 환매 액수도 많았던 것. 반면 판매 액수 대비 환매 비중이 높은 창구는 HSBC은행, 교보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이었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가 주춤해지면서 기관투자가가 국내 증시의 주도세력으로 다시 등장할지 눈여겨보고 있다.

○국내 펀드 환매 뚝, 해외 펀드 환매 시작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9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 판매액은 201억 원 늘었다. 규모는 작지만 4월 이후 지난달까지 매달 적게는 704억 원, 많게는 2조3906억 원 줄어들었던 것에 비하면 증시에는 긍정적인 신호.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지난달 10일부터 21일 연속 4401억 원이 순유출됐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6년 6월 이후 가장 긴 연속 유출 기록이기도 하다.

가장 많이 빠진 펀드는 올해 수익률이 좋은 브릭스(BICS·브라질 인도 러시아 중국) 지역 펀드들이다.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이 집계한 결과 ‘슈로더브릭스증권자투자신탁E(주식)’ ‘신한BNP봉쥬르차이나증권투자신탁1(주식)’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증권투자신탁1(주식) 종류A’ ‘미래에셋이머징포커스30증권투자신탁1(주식) 종류C-2’ 순으로 자금 유출이 컸다. 이는 올 들어 이들 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 슈로더브릭스증권자투자신탁E(주식)는 지난해 연 수익률이 ―40%였지만 올 들어 59.11%의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신한의 펀드는 올 수익률이 45.7%다.

유형별로 봐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좋았던 신흥국 중국 인도 순으로 자금 유출 규모가 컸다. 현대증권 문수현 펀드애널리스트는 “해외 펀드의 비과세 폐지를 앞두고 차익을 실현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려는 투자자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환매된 해외펀드 자금이 국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어 국내 증시엔 좋은 소식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반응이다. 대우증권 오대정 WM리서치팀장은 “재투자할 만한 상품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환매된 자금이 국내 펀드나 역외 펀드로 재투자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가 진정되고 해외펀드 자금도 돌아온다면 국내 증시의 새로운 투자주체가 형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많이 팔린 곳 많이 환매돼

올 들어 펀드 환매 액수는 증권이 2조7735억 원, 은행이 2조7472억 원으로 비슷했다. 2008년 판매 액수는 증권이 7조4157억 원, 은행이 10조6421억 원으로 판매액 대비 환매액 비율은 증권이 더 높은 셈. 업계에서는 증권사 고객들이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직접투자로 많이 돌아섰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액수 기준으로 환매가 가장 많았던 창구는 삼성증권(6437억 원), 미래에셋증권(6213억 원), 국민은행(6105억 원)이었다. 하지만 1000억 원 이상 판매한 대형사 중 판매액 대비 환매 비중이 높았던 곳은 HSBC은행(34.6%), 교보증권(19.0%), 우리투자증권(15.2%), 삼성증권(11.7%) 한국투자증권(10.4%) 순이다.

오 팀장은 “수익률이 좋은 펀드와 많이 팔린 창구에서 환매율이 높았다”며 “특히 일부 판매사는 펀드를 팔고난 뒤 투자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아 환매가 많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부사장은 “그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일정 정도 자금이 빠져나간 건 펀드의 손 바뀜이라는 측면에서 크게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