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모처럼 ‘상승기류’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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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부진 딛고 실적 첫 상승세로 반전
‘동남아 취항 준비’ 저가항공사, 예약저조로 ‘울상’

금융위기와 고유가, 고환율로 어려움을 겪었던 항공업계가 하반기부터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해소 기미를 보이면서 화물과 승객이 늘어나는 가운데 항공사 경영의 발목을 잡았던 원-달러 환율이 7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덕이다. 다만 동남아 노선의 신규 취항을 준비해 오던 저가항공사들은 예약 판매 저조 등으로 취항을 연기하는 등 항공사 규모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1∼6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207억, 2496억 원의 적자를 봤다. 지난해 대한항공이 993억 원, 아시아나항공이 527억 원의 적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국내 대형 항공사들의 올 상반기 실적 부진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화물, 여객이 모두 감소한 데다 환율도 달러당 1600원대로 치솟으면서 상반기 손실이 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3분기(7∼9월) 실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한항공은 3분기 국제선 여객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했다. 7∼8월에는 한 자릿수 상승에 그쳤지만 9월에는 13%대로 올랐다. 화물수송 실적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증가했다. 대한항공 측은 “환율, 유가가 하반기 들어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실적도 개선됐다”며 “화물의 70%를 차지하는 해외 물량이 증가하면 상황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3분기 탑승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가량 늘어났다. 신종 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동남아 노선은 감소했지만 일본, 유럽 노선 탑승률이 좋아졌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신종 플루만 없었다면 실적 개선 폭이 더 컸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반해 동남아 노선 신규 취항을 의욕적으로 준비해오던 저가항공사들은 속속 날개를 접고 있다. 10월 인천∼방콕, 인천∼마카오 노선의 신규 취항을 추진하던 진에어는 취항을 12월 말로 연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9월부터 시작한 예약 판매가 저조한 데다 앞으로도 수요가 늘어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 진에어 관계자는 “동남아 노선은 신종 플루의 영향에서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며 “적자를 감수하고 신규 취항할 수 없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푸껫 노선에서 비정기적으로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는 제주항공 역시 당분간 고정 노선은 운영하지 않을 방침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노선은 하반기에도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취항해도 이익을 내기 힘들 것”이라며 “상당수 저가항공사들이 적자인 상황에서 신규 취항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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