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화학-철강株, 외국인에 웃다 울었다

  • 입력 2009년 10월 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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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간 순매수→10일간 순매도
한달간 주가 극심한 널뛰기
내수종목은 꾸준히 사들여

지난 한 달 동안 한국 증시를 좌지우지한 것은 외국인투자가였다. 이 기간 외국인의 매매 형태는 정확히 둘로 나뉜다. 9월 4∼23일은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수를 이어갔고 9월 24일∼10월 6일은 반대로 매일 순매도 기조를 보였다.

두 구간에선 지수 전체의 흐름도 극명히 갈렸다. 지난달 초 1,600대 초반이던 코스피는 23일 1,710 선을 넘으며 100포인트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외국인 매도가 집중된 이후엔 열흘 남짓 급락세를 보이면서 1,600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외국인 장세’였던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들이 지난 한 달간 어떤 종목을 사고팔았는지가 최근 장세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증시를 전망하는 데 중요한 열쇠라고 조언한다.


○ 자동차 IT 화학 최근 집중 매도

한국거래소의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9월 초중순의 매수기에 사놓은 주식을 이후 매도기에 도로 내다 파는 양상을 보였다. 외국인이 9월 4∼23일 주로 사들인 업종은 금융(1조2356억 원) 전기전자(1조626억 원) 화학(6438억 원) 철강금속(5564억 원) 운수장비(3033억 원) 등이었다. 종목으로는 삼성전자(6094억 원)를 비롯해 포스코 KB금융 신한지주 등을 주로 샀다.

하지만 이후 외국인은 금융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에 대해 팔자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4일 이후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업종은 단연 전기전자(4169억 원)였다. 철강금속(2967억 원) 운수장비(2318억 원) 화학(2181억 원)도 순매도 규모가 컸다. 종목으로 봐도 과거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삼성전자 포스코 LG화학 등이 대부분 순매도 상위종목에 포함됐다.

외국인이 대규모로 샀다가 다시 판 종목들의 주가는 이 기간에 심한 부침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22일 82만5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지만 지금은 72만 원대로 미끄러졌다. LG화학도 한때 25만 원을 웃돌았지만 지금은 20만 원 선까지 내려왔다.

○ 환율 하락 따른 일시 현상일 수도

최근 외국인의 매매 패턴에선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외국인이 그동안 사 모았던 주식의 이익 실현에 나섰다는 것, 그리고 수출주를 버리고 내수주를 포트폴리오에 담았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박가영 연구원은 “펀더멘털에 큰 변화가 없음에도 전기전자 업종에 매도세가 집중되는 것은 차익 실현으로 인한 매도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며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 후 내수주로 업종 갈아타기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출주 매도는 물론 원화가치 상승의 영향도 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 실적을 잠정 발표한 6일에도 외국인은 이 종목 주식을 팔았다. 그만큼 환율 하락으로 인한 4분기 이후의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것이다. 순매도 기간에도 외국인들이 꾸준히 사들인 종목을 보면 이러한 양상은 더 분명해진다. 외국인들은 SK텔레콤(1494억 원) 우리금융(650억 원) 기아차(610억 원) NHN(240억 원) 등 내수 관련 종목들을 주로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LIG투자증권 변종만 연구원은 “전체적으로는 올해 외국인들의 매수 기조가 꺾이지 않았다고 본다”며 “요즘 외국인이 내수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맞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유동성이 좋고 덩치가 큰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종목을 다시 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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