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젖혀지는 2억짜리 좌석… 하늘위 호텔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코멘트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는 외부 기체만 남기고 모든 것을 바꾸는 대규모 작업이다. 총 100km에 달하는 전선을 새로 설치하기 위해 전력 공급을 차단하는 탓에 기술진은 손전등을 켜고 도면을 보면서 작업한다. 14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정비격납고에서 모든 좌석을 뜯어낸 B777 기내에 새 좌석을 설치하고 있는 대한항공 기술진. 홍진환 기자 ☞ 사진 더 보기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는 외부 기체만 남기고 모든 것을 바꾸는 대규모 작업이다. 총 100km에 달하는 전선을 새로 설치하기 위해 전력 공급을 차단하는 탓에 기술진은 손전등을 켜고 도면을 보면서 작업한다. 14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정비격납고에서 모든 좌석을 뜯어낸 B777 기내에 새 좌석을 설치하고 있는 대한항공 기술진. 홍진환 기자 ☞ 사진 더 보기
■ 여객기 32대 좌석 교체… 대한항공 격납고 가보니

더 넓게… 더 편안하게…
일반석에도 LCD 설치… 2600억 들여 업그레이드

겉모습은 여느 항공기와 똑같았다. 선명한 로고, 거대한 날개와 엔진. 하지만 내부는 흡사 군용 수송기를 보는 것 같았다. 좌석을 모두 뜯어낸 탓에 비행기 내부는 황량하게 뚫려 있었고 각종 전선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카펫을 모두 걷어낸 바닥에는 흰색 분필로 쓴 숫자가 가득했다. 14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정비 격납고에서 들여다본 B777 여객기는 그야말로 ‘뼈대’만 남아 있었다.

○ 10년도 안 된 비행기를 왜?

대한항공은 1일부터 B777 기종 13대, A330 기종 19대 등 총 32대에 대한 좌석 업그레이드 작업을 시작했다. 소요 비용 2600여억 원, 전체 작업에 동원되는 인원만 5만7600명에 이른다. 32대 가운데 가장 오래된 항공기는 1997년에 도입한 B777 기종. 심지어 2002년에 들여온 비행기도 포함됐다.

회사 측은 “정상 운항에 문제가 없지만 두 기종은 좌석이 좁고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고객들의 지적이 많았다”며 “이에 따라 간격을 넓히고, 주문형 오디오 비디오 시스템(AVOD)을 도입하는 등 좌석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퍼스트 클래스에는 항공기 좌석 전문회사인 영국 어큐먼사가 디자인한 ‘코스모 스위트’가 설치된다. 코스모 스위트의 경우 좌석 1개당 설치 비용만 2억5000만 원에 육박한다. 비즈니스 클래스 역시 좌석이 180도로 젖혀지고,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도 6.5인치에서 15.4인치로 커진다. 이코노미 클래스에는 10.6인치 LCD 모니터가 좌석마다 새롭게 들어간다.

여기에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승객을 위해 MP3 플레이어를 충전할 수 있는 USB 포트와 노트북용 전원공급기가 좌석마다 설치된다. 이를 위해선 개별 좌석에 전원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100km에 달하는 전선도 기내에 깔아야 한다.

○ 개조 작업은 한 달, 준비 작업은 2년

비행기 한 대당 작업시간은 한 달이지만 교체를 위한 사전 도면 작업에는 꼬박 2년이 걸렸다. 좌석만 뜯어내는 것이 아니라 전기 배선, 제어기기 등 비행기 기본 골격을 제외한 모든 것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최태정 정비공장 상무는 “제작사인 보잉사와 수십 차례 도면을 교환했고, 최종적으로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인증을 받은 뒤 교체 작업에 착수했다”며 “대한항공, 보잉사, FAA 사이에 오간 도면만 1만2000여 장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이번 작업이 끝나면 좌석 간격이 넓어져 좌석 수는 9%가량 줄어든다. 신종 인플루엔자 등의 영향으로 대한항공이 올해 상반기(1∼6월) 1207억 원의 영업적자를 낸 점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투자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경기 회복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무철 통합커뮤니케이션팀 상무는 “이번 작업은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담겨 있다”며 “앞으로 중장거리 여객기 73대 모두 좌석 업그레이드를 하는 등 고급화를 위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