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직장 만들기]남에게 내 회사 자랑하나요?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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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 여제(女帝)로 통했던 스타급 최고경영자(CEO) 멕 휘트먼을 배출했던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가 수년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신의 물건을 파는 다른 사이트와 달리 이베이는 인터넷상에서 경매를 구현하고 물건을 팔고 싶어 하는 사업자들의 사업 공간을 만들어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여 시장을 선도했다.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일종의 온라인 경찰서비스까지 도입했던 선두기업 이베이가 기울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면 시사점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베이가 침체의 길로 접어든 배경으로 구글과 아마존이 이베이를 비켜가는 판매경로를 활성화해 방문고객이 꾸준히 줄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것도 맞는 말이지만 과연 이베이 내부는 건강할까. 필자는 인사전문 컨설턴트로서 이베이의 문제는 ‘경쟁사를 바라본 경영진의 안일한 태도와 직원들의 몰입 상실’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이베이는 사업이 커지면서 실무 중심의 엔지니어가 물러난 자리에 컨설턴트 출신의 임원들이 모여 ‘구글이 경쟁사가 아니다’라는 외부 컨설팅업체의 리포트만 신봉하며 대응에 늑장을 부렸다. 결국 직원들의 마음도 하나 둘 회사를 떠났다. 어느 날 이베이의 우편물 처리반 직원이 스티커를 제작해 직원들에게 도착한 소포에 붙이기 시작했다. 스티커에는 ‘기왕이면 이베이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세요’라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이베이 직원들마저 경쟁사 사이트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는 현실을 우편물 처리반 직원이 꼬집는 내용이었다.

직원이 자신이 몸담은 기업의 제품을 쓰지 않는다면 기업이 시장에서 몰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와 반대로 회사에 몰입한 직원은 꼭 영업직원이 아니더라도, 고객들에게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의 제품을 홍보한다. 심지어 ‘나를 봐서라도 한번 써보라’고 권한다. 이쯤 되면 단순히 월급쟁이가 아닌, 사장이며 회사의 주인인 것이다.

한국 최고의 직장에 선정된 기업은 전체 직원의 78%가 기회만 생기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매력을 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조사에 참여한 다른 기업들이 54%, 최하위 그룹이 40%에 그친 것과 대조를 이룬다. 회사에 대한 긍정적 이야기를 하는 직원들은 조만간 실질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몰입을 증명할 것이다. 부정적인 말로 조직 분위기를 악화시키는 직원들에게 기업이 더욱 엄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용성 휴잇어소시어츠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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