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대출규제 겁 안내는 부동산 투자자들의 심리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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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이 뜨겁다. 잠깐 침체 국면에 빠졌던 주택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자, ‘그럼 그렇지’, ‘더 늦기 전에 나도…’라는 반응이 나왔다. 7월에 이어 8월도 주택담보대출이 4조 원 이상 늘었고 강남권에서 출발한 주택가격 상승은 이제 강북과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에 맞서 정부는 7일부터 서울 강남에만 적용되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다. 이렇게 되면 자기 소득이 많아야만 비싼 집을 살 수 있다. 수입은 적지만 대출을 ‘왕창 받아 지르고’ 집값 상승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줄어들 법하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DTI 확대 발표 이후 주변의 반응을 살펴봤다. 대체로 시큰둥하다. 그런 정책을 쓴다고 집값이 잡히겠냐는 반응이 더 많더란 얘기다. 이유를 물어봤다. 금리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은행이 대출을 안 해주면 2금융권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또 물었다. 금리를 올리고 전 금융권에 걸쳐 DTI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그랬더니 효과가 있을 것이라 한다. 지금보다 더 규제를 강화하면 집값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한 친구가 덧붙이는 얘기가 예사롭지 않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비록 조금씩 살아나고는 있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부진하다. 환율도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수출에 의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기업 투자나 내수 확대로 성장을 견인해야 하는데 글로벌 수요가 부족하니 기업 투자가 부진할 것은 뻔하고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여지도 작다. 게다가 재정적자 때문에 정부가 돈을 더 쓰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 친구의 요지는 결국 지금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민간 건설경기 부양 말고 뭐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주택 가격을 떨어뜨리면 이게 어렵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릴 극단적인 대책은 애당초 나올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마지막 말은 더 의미심장하다. “옛날부터 우리 정부는 늘 그렇게 해 왔잖아?” 듣고 보니 그렇다. 예전부터 늘 그래 오지 않았던가.

결국 문제는 정부가 집값 상승만큼이나 하락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믿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투자자들이 정부 규제에 겁을 낼 이유가 없다. 더 나아가 투자자들은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그 기회를 이용해야 한다고까지 생각하고 있다. 집값 안정이냐 건설경기 부양이냐, 선택은 정부 몫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 선택이 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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