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올 성장률 ―2.3% → ―0.7% 상향조정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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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재정-내수 3박자… ‘낙관’ U턴

취업자 감소폭도 15만명서 10만명으로 수정
“금융위기 대응 비상정책, 점차 정상화 시켜야”

한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월 14일 “우리 경제의 침체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단기간에 본격적인 회복세가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를 근거로 올해 한국 경제는 ―2.3%의 역(逆)성장을 하고, 내년에 가서야 3.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부터 4개월 뒤인 8일. KDI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7%, 4.2%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KDI는 “수출 감소세가 완화된 것과 동시에 내수의 개선 추세도 지속되면서 경기가 회복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상향 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KDI가 이날 수정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정부의 목표치(―1.5% 안팎)는 물론이고 한국은행(―1.6%) 국제통화기금(IMF·―1.8%)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경제예측기관의 전망치보다 높은 것이다. 최근 0.1%의 플러스 성장을 점친 일본계 증권회사의 전망이 나오긴 했지만 권위 있는 연구기관 중에서는 가장 낙관적인 시각을 나타낸 것이다.

성장률만 조정한 것이 아니다. 5월에는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를 각각 208억 달러, 101억 달러로 예상했으나 이번에는 311억 달러, 153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올해 취업자 감소 폭도 15만 명 안팎에서 10만 명 내외로 축소했다.

보수적인 경기진단으로 유명한 KDI가 4개월 만에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낙관론’으로 바꾼 이유는 뭘까. 해답은 예상 밖으로 선방한 2분기(4∼6월)의 각종 경제성적표에 있다. 2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9%에 그칠 것이라던 예상과는 달리 ‘서프라이즈’ 수준인 2.6%에 이른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에 따라 KDI의 올해 1∼4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 예상치는 종전 ‘0.1%→0.9%→0.8%→1.0%’에서 ‘0.1%→2.6%→1.4%→0.7%’로 바뀌었다.

김현욱 KDI 선임연구위원은 “5월 전망 때에는 동유럽발(發) 외환위기 가능성, 국내 외환시장 불안 등의 요인 때문에 경기진단에서 지나치게 위축된 측면이 있었다”며 “2분기를 분수령으로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이 좀 더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KDI는 회복국면의 징후로 먼저 수출 감소세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2분기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9%로 위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기 대비로는 1분기(―4.3%)보다 많이 오른 10.9%에 이를 정도로 수출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 중국의 내수부양책인 ‘가전하향(家電下鄕)’ 덕분에 작년 상반기보다 대(對)중국 수출이 44.1% 증가한 액정표시장치(LCD) TV, 과거 확보된 수주물량으로 수출량이 31.9% 늘어난 선박을 수출 효자 상품으로 꼽았다.

여기에 자산가격과 원화가치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제주체의 실질구매력이 개선됐고, 정부의 재정정책 파급 효과가 예상보다 크고 신속하게 나타난 점도 향후 내수 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는 징후라고 설명했다.

거시경제 정책에 대한 조언도 내놓았다. KDI는 “거시경제 정책기조는 위기관리 정책기조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우선 국제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불가피하게 취했던 비정상적인 정책 가운데 시장을 왜곡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조치를 철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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