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난 피하려면 분당 25배 땅 필요”

  • 입력 2009년 8월 26일 19시 01분


수도권의 주택난과 전세난을 피하려면 2020년까지 분당신도시 25개 규모의 신규 택지가 더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구는 점차 줄지만 소득 수준 향상으로 1인당 필요로 하는 주택 면적은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6일 본보가 입수한 한국토지공사 산하 국토도시연구원의 '국가토지수급 전망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수도권에서 2020년까지 필요한 신규 택지는 총 48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당신도시(19㎢) 25개를 합한 크기다.

특히 경기도의 신규 택지 수요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는 2020년 인구(2008년 말 1129만 명) 1317만 명까지 늘어 200만 채 이상의 주택이 더 필요한 데다 1인당 주택 면적도 2007년 22~24㎡에서 25~30㎡로 넓어져 신규 택지 수요량이 2020년까지 총 28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서울은 2010년(1020만 추정)을 기점으로 인구가 감소 내지 정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절대 가용지 자체가 많지 않아 택지 수요량이 경기도에 비해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의 신규 택지 수요량은 2010년까지 39㎢, 2015년까지 61㎢로 늘었다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51㎢로 감소해 총 152㎢ 정도의 택지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대구, 광주 등 비수도권 지역은 대부분 인구 감소 폭이 클 것으로 예상돼 신규 택지 수요량도 334㎢에 그쳤다.

최근 1인 가구가 느는 등 가구당 인구수가 줄면서 1가구당 주택 면적이 감소 추세인 것과 달리, 인구 1인당 필요로 하는 주택 면적 자체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교통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가 늘면서 도시의 크기가 계속 확장되고 있는 데다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친환경적이고 쾌적한 환경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런 추세를 바탕으로 사용 가능한 토지 규모와 시군별 주거용 건축허가면적 등을 고려했을 때 서울과 인천은 2007년 기준으로 21㎡였던 1인당 주택면적이 2020년에는 26㎡로 늘 것으로 전망됐다. 택지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부산, 대구, 광주, 울산시는 2007년 22㎡에서 2020년 28㎡로, 전북 장수군, 전남 구례군 등 지방 군 지역은 같은 기간 1인당 주택면적이 27㎡에서 33㎡까지 늘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를 주도한 성장환 국토도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1인당 주택면적이 33㎡(10평) 정도인데 반해 쪽방이나 고시원 등 일정한 주거기준에 미달되는 곳에 사는 저소득층이 많은 우리나라는 1인당 평균 주택면적이 아직 일본의 3분의 1정도에 불과해 증가 여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 발전을 통해 수도권의 택지 수요를 분산시키고자 했던 참여정부와 달리 현 정부는 도심 자체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적인 그린벨트 해제와 산지 구릉지 개발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주거의 질을 높이는 효과가 크고 주택공급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 연구위원은 "경기도는 산업, 물류 용지에 비해 택지 공급만 지나치게 많이 된 상황이어서 서울의 배드타운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경기도에 대한 신규 택지 공급이 끊길 경우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경기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앞으로 수도권에 신도시를 새로 조성할 때는 주요 산업 기능을 먼저 배치하고 이에 맞게 주택용 택지를 공급하는 등 전략적인 토지 사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