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LCD패널 사주기’ 상생경영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25일 액정표시장치(LCD) 상호구매 양해각서 체결식이 끝난 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장원기 삼성전자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액정표시장치(LCD) 상호구매 양해각서 체결식이 끝난 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장원기 삼성전자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쟁 떠나 협력”… 日-대만 자국연합에 맞대응
대만 수입량 줄여 年1000억 해외유출 막아

한국과 세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 온 전자업계의 라이벌 삼성과 LG가 상호 협력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삼성전자 장원기 사장과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은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상호 구매 및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과 LG는 양사 모두 컴퓨터 모니터와 TV 등의 완성된 가전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으며, 이런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부품인 LCD 패널도 직접 만들어 왔다. 하지만 LCD 패널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VD사업부는 43.18cm(17인치) 패널을 생산하지 않았고, LG디스플레이도 55.88cm(22인치) 패널을 만들지 않았다.

이 때문에 TV, 모니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LG전자는 각각 해당 패널을 대만 업체로부터 구입했다. 같은 한국 기업인 삼성과 LG가 경쟁하는 사이에 해외의 경쟁자인 대만 업체들만 어부지리를 얻은 셈이다.

반면 대만과 일본 업체들은 세계 가전시장을 주름잡는 삼성과 LG에 맞서기 위해 자국 기업끼리 일종의 ‘국가 연합’을 만들어 왔다. 일본의 소니가 삼성전자와 합작해 LCD 패널 제조업체인 S-LCD를 공동으로 설립하고도 올해 초 같은 일본의 LCD 패널 제조사 샤프와 공급 계약을 한 것이 하나의 사례다.

이번 MOU 체결로 삼성과 LG는 다음 달부터 월 4만 장 이상의 패널을 각각 상대방으로부터 구입하게 된다. 이는 연간 1000억 원이 넘는 금액으로 양사가 해외에서 수입하는 모니터용 LCD 패널의 10% 규모다.

삼성과 LG는 모니터용 LCD 패널 가운데 추가로 교차 구매할 품목을 올해 말까지 계속 찾아나갈 예정이다. 또 양사의 기술적 차이로 인해 이번 MOU에 포함되지 못한 TV용 LCD 패널에서도 차이점을 해결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은 다양한 공동 연구개발(R&D) 과제를 통해 협력해 왔다. 지난달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차량용 지능형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서로 다른 분야의 기업들이 한시적으로 손잡는 공동 R&D와 경쟁 업체가 상대방의 제품을 구매해주는 구매·공급 협력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구매 전략은 기업의 실적에 바로 영향을 준다. R&D 비용을 늘리거나 줄여도 당장의 기업실적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구매 비용을 10% 줄이면 이는 당장 그만큼의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높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구매 전략으로 경쟁력을 높여왔다. 품질 차이는 있지만 대만 업체의 LCD 패널 가격은 삼성과 LG의 패널 가격보다 싼 편이다. 따라서 과연 두 회사가 상대방의 패널을 언제까지 구입할지도 관심사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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