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걸작일수록 위조 범람…와인도 마찬가지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 ‘비온디 산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Bionde Santi Brunello di Montalcino)

‘바롤로’ ‘아마로네’와 함께 이탈리아 고급 와인의 대명사.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 몬탈치노 마을에서 브루넬로 품종으로 만든 와인, 비온디 산티는 1988년 처음으로 이 와인을 세상에 선보인 가문이다. 와인 이름이 길어 BdM이란 약자의 사용이 잦다.

고가 ‘짝퉁 와인’ 조심

2004년 와인 회사에 근무할 때 일이다. 출근하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와인 매장에 밤새 도둑이 들었다는 것이다. 와인 셀러 안에 보관해둔 오래된 와인이며 값비싼 와인이 떠올라 그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몽땅이오?” 다행히도 “아니요. 와인은 그대로 있고 현금만 조금 털렸어요”라고 동료가 말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우리나라에는 언제쯤 비싼 와인만 쏙쏙 쓸어가는 도둑이 나타날까’란 생각을 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와인시장은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처럼 소비층이 매우 한정돼 있을 때였다.

지난달 초고가 와인만을 훔쳐 온 도둑이 드디어 국내에서도 잡혔다. 범인은 30대 후반의 직장인으로 집에서 1만 원짜리 바코드를 만들어와 범행을 목표로 한 와인에 붙여 무사히 대형마트 계산대를 통과하다 덜미가 잡혔다. 훔친 와인은 샤토 슈발 블랑 2004년산, 비온디 산티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크리스탈 샴페인을 포함해 총 7종으로 500만 원 상당이었다. 막상 국내에서 와인 도난사건이 일어나니 이런저런 걱정이 든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와인 도난사건은 유명한 미술작품 도난사건과 비슷한 양상을 나타낸다. 사건이 자주 발생하진 않지만 한번 터졌다 하면 세기의 와인들이 희생양이다. 자연스럽게 도난 와인들은 ‘짝퉁’ 와인시장으로 흘러간다. 마치 세기의 작품일수록 위작이 범람하는 미술계와 비슷한 것이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도 40대 남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그가 몰던 차의 트렁크는 페트뤼스, 로마네콩티, 샤토 라피트 로칠드를 포함해 총 262병의 최고급 와인으로 꽉 채워져 있었다. 프랑스 현지 시세로 따지면 25만 유로(약 4억4000만 원)다.

이 남자는 파리 방돔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 와인 저장고에 침입해 와인들을 훔친 후 자신의 거처로 옮기던 중이었다. 육중한 철문, 비밀코드를 알아야 들어갈 수 있는 이중 삼중의 보안장치는 전파 교란 장치 같은 최첨단 도구로 무장한 도둑 앞에서 맥을 못 추었다.

도난 와인은 대개 러시아와 중국의 암시장에서 거래된다. 중국은 짝퉁 와인을 대량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국내 와인 수입회사나 전문 판매점들도 바싹 긴장하고 있다. 고로 누구나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와인들을 살 때는 경계를 늦춰선 안 되겠다. 해외여행에서 와인 구입은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짝퉁 와인일 수도, 혹은 보관 상태가 의심스러운 도난 와인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김혜주 와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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