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으로 엄마들의 지갑을 열다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2분


주부 한상희 씨는 손글씨 솜씨를 살려 입체 광고물을 직접 손으로 만드는 창업을 선택했다(왼쪽). 공부방 창업으로 줌마렐라 창업가 대열에 선 박시연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딸을 키우며 쌓은 육아 노하우가 창업의 밑천이 됐다. 사진 제공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주부 한상희 씨는 손글씨 솜씨를 살려 입체 광고물을 직접 손으로 만드는 창업을 선택했다(왼쪽). 공부방 창업으로 줌마렐라 창업가 대열에 선 박시연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딸을 키우며 쌓은 육아 노하우가 창업의 밑천이 됐다. 사진 제공 한국창업경영연구소
■ 육아-살림노하우 살려 창업 성공한 주부 3인

결혼, 육아로 바빠 사회생활을 접었던 주부들이 재취업을 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주부들은 창업에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주부 창업의 성공 포인트로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고 우선은 작은 규모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성공한 주부 창업가 3인방의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

○ 글씨쓰기 창업

한상희 씨는 10여 년간 전업주부로 생활하다 자신의 손글씨 솜씨를 살려 창업에 성공한 경우다. 결혼 전 8년간 유치원 교사로 근무했던 한 씨는 3년 전 남편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구매시점광고(POP·Point of Purchase Revertising)’와 ‘폼아트(Form Art)’에 주목하게 됐다. 평소 손재주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던 한 씨는 제품이나 이벤트 성격에 맞게 글씨 도안을 만들고 채색하는 일이 적성에 맞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상품 판매대에서 눈길을 잡아끌게 알록달록한 글씨를 쓰는 POP와 스티로폼을 주재료로 행사용 글씨를 만드는 폼아트는 전화나 온라인 주문만 가능하면 집에서도 충분히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글씨 하나로 무슨 돈을 벌겠느냐는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장 홍보물이나 백일·돌잔치용 안내판 등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쇄도했다. 요즘 백화점 문화센터나 대학 부설 사회교육원 등을 통해 POP 교육 과정을 이수한 주부는 많지만 전문가로 활동하는 이는 아직 100명 안팎이다. 한 씨는 최근 자신처럼 POP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을 위해 한국 POP창업협회를 세우기도 했다.

○ 육아경험을 살려

전업주부들의 경우 육아 노하우만큼 훌륭한 사업 아이템도 없다. 맞벌이가 늘면서 직장맘이 채워주지 못하는 아동 학습지도나 저렴한 비용으로 사교육을 시킬 수 있는 홈스쿨링 형태의 공부방이 점차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서다.

대학에서 아동학을 전공한 박시연 씨는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아소비공부방’을 창업해 현재 가맹점이 70개까지 늘어났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키우고 있는 박 씨는 “부모들의 교육열로 사교육을 시작하는 자녀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10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한 공부방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내 아이를 키우며 쌓은 경험을 살릴 수 있어 창업 아이템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공부방 운영시간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집에서 창업을 할 수 있어 초기 자본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박 씨는 아이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엄마 손길이 필요한 과목 위주로 프로그램을 짜 초등학교 저학년은 국어나 수학, 한자, 논술을, 유치부는 한글, 수학, 가베(교육완구), 칠교(정사각형을 7조각 내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내는 전통놀이), 한자를 가르치는 식이다.

○ 살림노하우를 창업으로

함수진 씨는 음이온과 오존을 이용해 집안 곳곳에 숨어 있는 각종 오염물질을 없애는 실내환경개선업체 ‘반딧불이’를 운영 중이다. 자녀의 새집증후군과 아토피, 알레르기 비염 등 환경질환으로 고민하는 주부들의 사례를 지켜보면서 곰팡이나 진드기를 제거하고 실내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 내게 됐다. 주거공간은 물론이고 유치원이나 학교, 학원, 병원 등 수요처가 많다는 점도 사업의 전망을 밝게 했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무엇보다 주부라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야 한다”며 “가정의 경제권을 쥔 엄마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노하우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바로 주부라는 점에서 주부 창업가들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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