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주거용 오피스텔’ 10년 논란 마침표 찍나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6분


■ 법원 “주거용 분양 불법아니다”

稅혜택-종부세 부담도 없어… 주거용 신고 10%도 채 안돼
대법 판결확정땐 난립 우려… “시장혼란 막을 새 규제 시급”

서울 용산구청은 올해 초 지은 지 2년 미만인 오피스텔 6개 단지에 ‘주거전용 오피스텔을 단속하겠다’는 안내문을 일제히 보냈다. 편법으로 운영되는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논란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자체 조사에 나선 것은 용산구가 처음이었다.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용산구청은 위반사례를 단 한 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문배동 A 오피스텔 한 주민은 “주거용 오피스텔이 문제가 있다면 분양 당시에 막았어야지, 다들 주거 목적으로 사는데 이제 와서 모두에게 벌금을 매길 셈이냐”고 따졌다. B 오피스텔 주민은 “단속 직원이 찾아와도 프리랜서로 집에서 일한다고 말하면 그만 아니냐”라며 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 ‘모호한 오피스텔 기준 무효’ 첫 판결

17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의 오피스텔은 현재 약 34만5900여 채에 이른다. 이 가운데 80∼90%가 주거전용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주거용으로 신고한 오피스텔은 전체의 10%도 채 안 된다. 오피스텔을 주거전용으로 쓰는 것이 불법인 줄 알지만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세금 혜택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업무시설로 분류돼 다주택 보유에 따른 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부담에서도 자유롭고 재산세율도 0.25%의 단일 세율이어서 아파트보다 부담이 적다.

편법 주택이자 세금 탈루의 온상으로까지 불리는 주거용 오피스텔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모호한 오피스텔 건축 기준 탓이다. 단속되는 오피스텔 건축기준은 △전용면적 중 업무용도 부분이 70% 이상일 것 △욕조 있는 욕실 설치 금지 △발코니 설치 금지 △복합건축물일 경우 전용출입구 설치 등 모두 4가지다. 이 가운데 첫 번째 기준은 가장 논란이 많다. 하나의 오피스텔에서 업무용으로 쓰이는 부분과 주거용으로 쓰이는 부분은 현실적으로 구별이 어렵다.

법원도 이러한 이유로 14일 “오피스텔 건축기준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첫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창석)는 “단속 기준이 되는 건축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단속 당국의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케 한다”며 “욕조나 발코니 설치를 금지하는 규정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규제를 위한 규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이제는 주거용 오피스텔을 핵가족과 싱글족 등 다양한 가족을 위한 하나의 주거형태로 받아들일 때”라고 말했다.

○ 관련법 개정으로 시장 혼란 막아야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까지 확정되면 상업지구에 주거용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생길 우려가 있다.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는 상업지구는 용적률이 최고 1500%로 주거지구(250% 안팎)보다 훨씬 높아 많은 개발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60m² 이하 규모의 오피스텔만 온돌을 깔 수 있기 때문에 온돌 시설 없는 중대형 오피스텔이 인기를 크게 끌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도 “오피스텔은 상업지구에 짓는 만큼 주거용으로 인정되더라도 일조권이나 소음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불이익은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상황에 따라 몇 년에 한 번씩 건축법 시행규칙을 바꿔 오피스텔의 공급을 조절해 왔다”며 “정부가 판결 취지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새로운 규제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 시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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