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면세점서 상품권 사용 제한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8월 13일 20시 54분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이 국내 면세점에서 '나홀로' 상품권 매입 한도를 설정하는 등 사실상 상품권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면세점 및 상품권 발행처들은 이를 알면서도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브랜드 파워가 강한 루이비통에 쩔쩔매는 국내 유통업계 현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13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롯데, 신라, AK 등 국내에 입점한 모든 면세점에서 독자적으로 상품권 사용 한도를 5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서울의 한 면세점 루이비통 매장 직원은 "본사 정책에 따라 한국 내 면세점에 상품권 사용 제한을 두고 있다"며 "50만 원이 넘는 금액은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루이비통을 제외한 나머지 입점 브랜드는 제한 없이 상품권을 쓸 수 있다.
현재 롯데면세점에서는 롯데상품권, 신라면세점에서는 롯데와 신세계상품권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상품권 계약은 면세점과 상품권 발행처가 맺는 것이기 때문에 루이비통의 경우처럼 개별 매장이 합의 없이 사용액을 제한하면 계약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상품권 발행처 측은 이에 대해 "계약 위반이지만 손 쓸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백화점상품권 관리담당자는 "고객들이 '왜 루이비통만 면세점에서 상품권을 쓸 수 없느냐'고 많이 항의해 면세점과 루이비통 측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바뀌는 게 없다"며 "차라리 루이비통을 위한 특약(特約)을 따로 맺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 면세점 관계자도 "10여 년 전부터 루이비통이 상품권 매입 상한선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며 "유독 한 브랜드만 상품권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루이비통 매출을 생각하면 항의하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루이비통의 이 같은 상품권 사용 제한을 '프리미엄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한다. 백화점 상품권은 소위 '상품권 깡'을 통해 액면보다 5% 정도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다. '노 세일(No Sale)'을 내세우는 루이비통이 상품권 사용을 제한하는 것도 이 같이 상품권으로 인한 가격할인 효과를 막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상품권 매입이 매장에 손해를 끼치는 건 아니다. 상품권 발행처에서는 "보통 상품권은 수수료를 빼고 매달 말 현금으로 결제한다"며 "카드와 동일하게 결제되는데도 상품권만 제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루이비통 국내 면세점 영업을 담당하는 부루벨코리아 측은 몇 차례의 설명 요청에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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