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 먼저 공개해 손해볼라” 기업들 방송진출 ‘정중동’

  • 입력 2009년 7월 27일 02시 57분


대부분 겉으론 “관심없다”

KT-SK-LG 등 신중 행보

컨소시엄 형태 참여 가능성

미디어관계법안 통과에 대한 대부분 기업의 공식 반응은 ‘관심 없다’는 것이다. 단지 인터넷TV(IPTV)를 통해 방송에 발을 들여놓은 KT SK그룹 LG그룹 등 통신사업자들과 CJ 오리온 현대백화점 등 이미 미디어 업종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관심이다. 이들도 겉으로는 전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는 신규 방송 진출과 관련된 코멘트를 하는 데 대한 정치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경쟁 상대의 움직임을 고려할 때 자신의 패를 먼저 공개해 봐야 도움 될 것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일부에선 KT 등 통신사업자들이 방송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해 종합편성채널을 만들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지상파 방송사와 실시간 전송 문제를 놓고 대립해 왔기 때문에 콘텐츠 수급 차원에서도 스스로 케이블채널사용자(PP)를 만드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IPTV 사업자가 IPTV에 자체 채널을 만드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케이블의 종편채널이나 보도채널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PP나 종합유선방송사(SO) 등을 갖고 있는 그룹사도 주목을 받고 있다. CJ만 해도 현재 종합 오락(tvN), 영화(CGV), 스포츠(Xsports) 채널 등이 있어 보도 기능만 추가하면 종편 채널을 운영하게 되는 셈. 문제는 CJ를 비롯해 케이블업계가 대부분 불황으로 광고가 크게 줄면서 방송 관련 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방송산업 자체가 원래 수익성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추가로 사업을 확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PP를 여럿 갖고 있는 한 그룹의 임원은 “몇 해 전 디지털미디어방송(DMB) 사업이 시작될 때 모두 ‘대박 날 사업’이라고 했지만 결국 모두 쪽박을 찼다”며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좀 더 지켜보다가 들어가도 늦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S그룹의 핵심 관계자는 “대기업은 국내 방송시장의 파이만 보고 사업에 뛰어들기는 어렵다”며 “결국 방송을 통해 해외에 진출할 정도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외로 진출하려면 콘텐츠의 질(質)도 문제지만 지상파 한두 곳과 CJ그룹의 엔터테인먼트 관련 콘텐츠를 모두 합친 정도의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당장은 방송시장에 진출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방송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은 열려 있는 셈이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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