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원자력이다]프랑스 전력 80% 원전에 의존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5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모두 31개국. 이들 나라에서는 모두 439기의 발전소를 돌려 전체 전력생산량의 16%를 충당하고 있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사고와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영향으로 한때 ‘탈(脫) 원전’이 지배적인 분위기로 자리 잡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불안정한 유가와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 등으로 인해 원자력발전에 대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세계 12개 국가에서 총 35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다.》

원전 사고 악몽 미-러시아 “그래도 원자력뿐” 집중 지원
31개국에 439기 발전소… 전체 전력생산량의 16% 담당

○ 원자력 강국들

지난해 원자력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생산한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지난 30년간 원전 건설을 중단했지만, 기존 원전에서 1년간 만들어낸 전기는 8억4236만 MWh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 발전량 26억9024만 MWh의 31.3%에 해당하는 수치. 2위 프랑스는 지난해 58기의 원전에서 4억3864만 MWh를 생산했다. 절대적 수치에서는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지만 프랑스는 전체 전력생산량의 80%를 원전에서 만들어낼 만큼 원자력 의존도가 큰 나라다. 일본과 러시아가 각각 2억5174만 MWh와 1억6228만 MWh를 생산해 3, 4위에 올랐고, 한국이 1억5095만 MWh로 5위였다. 이들 국가 외에 독일, 캐나다, 우크라이나, 스페인 등이 원자력 생산량 기준 ‘톱 10’에 랭크됐다.

원전 보유량으로도 미국이 104기로 단연 1위였다. 한국을 포함해 11개국이 10기 이상의 원전을 갖고 있다. 원전을 10기 이상 가진 나라들 중에서는 한국이 이용률 면에서 93.3%로 단연 앞서고 △미국 89.9% △스웨덴 78.2% △독일 76.7% △프랑스 76.1% 순으로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 신규 원전건설 봇물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원전사고를 겪은 후 30년간 신규 발전소를 짓지 않았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정전사태, 고유가 지속, 온실가스 감축의무 등에 대비하기 위해 원전의 역할을 증대하기로 정책을 전환했다. 2005년 ‘뉴클리어 파워 2010 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시전 대통령은 “이제 미국도 원전 건설을 다시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신규 원전건설과 관련 정부의 투자위험 손실 보전 및 건설비 채무보증, 생산전력의 세제 혜택 등 집중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전력회사들은 이미 30여 기의 신규 원전건설 의향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 전력연구원(EPRI)은 현재 19%대인 원자력발전 점유율이 2030년에는 25%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1986년 체르노빌 사고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최근 원전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전 대통령도 2006년 6월 원자력이 국가경제성장의 동력으로서 매우 중요하고 전력생산 중 원전 비중을 당시 16% 수준에서 향후 25%까지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2007년 11월 출범한 에너지 관련 국영기업인 ‘로스아톰’은 2030년까지 러시아에서만 원전 42기를 짓고, 해외에도 60기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러시아 정부도 로스아톰에 2015년까지 원자력 연구비용으로만 270억 달러를 배정했다.

프랑스는 대표적인 원전 생산 전력을 수출하는 나라다. 1차 오일쇼크 직후 원자력 용량을 빠르게 늘린 이 나라는 1998∼2007년 인근 유럽 국가에 6000∼7000kWh의 전력을 수출했다. 프랑스전력공사는 2020년부터 유럽형 신형원전을 매년 1기씩 만들어 기존원전을 대체할 계획이다. 영국도 지난해 1월 차세대 원전건설을 승인하고, 2016년경 건설에 착수할 원전 설계에 한창이다. 아시아의 일본, 중국, 인도 등도 앞 다퉈 신규 원전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 국제협력으로 시장 선점 노린다

세계 원자력시장의 성장이 예상되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대형 회사들을 중심으로 전략적 제휴가 잇따르고 있다. 원전시장 선점을 위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복안인 것. 신기술 개발을 위한 국제공동협력 사례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미래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에너지 시대에 대비해 수소연료 생산이 가능한 ‘초고온가스로(VHTR)’, 사용 후 연료 발생량을 현격히 줄이는 ‘소디움냉각고속로(SFR)’ 등 제4세대 원자로 개발이 국제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사용 후 연료 처리를 공동 해결하기 위한 ‘세계원자력 에너지파트너십(GNEP)’,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다자간 핵주기협력’ 등 원자력 이용 확대와 기술개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국제협력 프로그램들도 진행 중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등이 국제공동협력사업으로 진행 중인 ‘국제열핵융합 실험로(ITER)’ 개발이 성공할 경우 ‘꿈의 에너지’인 핵융합에너지도 상용화할 날이 올 것으로 기대된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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