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철학 8할은 취미서 다듬어진다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2분


활쏘며 추진력 키우고
산 오르며 한계 극복
성악하며 열정 배워

경기가 불황에 빠져들면 최고경영자(CEO)들의 스트레스도 커진다. 스트레스를 견뎌 내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취미가 필수요소로 꼽힌다. 이색 취미를 즐기는 국내 전문경영인들로는 어떤 인물이 있을까. CEO들이 즐기는 ‘이색 취미’들을 살펴보면 독특한 경영관도 함께 묻어나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 전문기업인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57)의 사무실에 설치된 스위치를 누르면 한쪽 벽면이 스르르 열리면서 ‘미니 국궁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김 회장은 짬이 날 때마다 운동 효과도 있는 인조 말에 올라 활쏘기(국궁)를 즐긴다. 직원들에게도 활시위를 선물하며 국궁 전도사를 자처한다는 김 회장은 활쏘기와 기업 경영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화살을 뒤로 뺀 뒤 탄력을 받은 화살을 쏘는 것처럼 기업 경영도 순간에 집중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점검한 뒤 결정적 순간에 추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59)은 20년 경력의 숙련된 기체조 전문가로 유명하다. 태권도는 공인 4단. 그는 중학교 때 심한 폐결핵을 앓은 이후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매주 최소 10시간은 몸에 투자한다. 김 부회장은 “CEO가 건강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긍정적인 답을 함께 모색하기보다는 잘못된 부분부터 추궁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경영도 건강하다”고 덧붙였다.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사장(58)은 수준급 성악 실력으로 ‘테너 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최근 ‘백조의 호수-사랑에 취하다’ 발레 공연의 카메오로 출연해 아리아 ‘금지된 사랑’을 열창했다. 쉰다섯에 용기를 내 체계적인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는 그는 요즘도 일주일에 2시간씩 성악 삼매경에 빠져 있다. “경영이나 성악 모두 아마추어에서 프로급이 되기까지의 도전 정신과 열정은 비슷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등산을 통해 경영철학을 되새겨보는 CEO들은 상당수다. 에베레스트에 수차례 올랐던 고인경 파고다교육그룹 이사장(64)도 대표적 등산 마니아. 그는 “내가 강해서가 아니라 산에 올랐기에 강해졌다”고 즐겨 말한다. CEO는 아니지만 저명한 경영컨설턴트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인 짐 콜린스의 취미는 고산(암벽) 등반. 그가 취미 생활을 통해 얻은 ‘등산 경영론’에 따르면 암벽 등반에서처럼 CEO들은 ‘떨어짐(Fallure)’과 ‘실패(Failure)’를 구분해야 한다. 암벽 등반을 하다 보면 더 오르지 못할 것 같은 한계 상황에 직면할 때가 있는데 그때 포기하면 ‘실패(Failure)’고 마지막 순간까지 오르려 시도하다 떨어져서 로프에 매달려 내려오게 되는 것은 ‘떨어짐(Fallure)’이라 부른다는 것.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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