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강덕수 STX그룹 회장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강덕수 STX 회장이 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르시핑 2009’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 STX그룹
강덕수 STX 회장이 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르시핑 2009’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 STX그룹
조선… 해운업… 이젠 에너지사업서 일낸다

그룹 미래 ‘먹을거리’는 에너지
해외 자원개발 - 플랜트도 역점

“세계적으로도 에너지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규모도 크고 안정적인 사례가 많습니다. 에너지는 인구 증가와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사용량이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59)이 현재 그룹의 주력 사업인 조선업과 해운업 이후 그룹의 미래 ‘먹을거리’로 에너지 사업을 꼽았다.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사업인 데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높다는 것이 강 회장의 설명이다.

조선, 해운업 다음은 에너지

강 회장은 9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르시핑 2009’ 전시회에 참관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사업 추진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18세기 세계 인구는 10억 명이 채 안 됐지만 200년 만에 65억 명으로 늘어났다”며 “게다가 이들의 생활도 에너지 다소비 구조로 바뀌기 때문에 에너지 사업이 주류(主流) 사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이 때문에 에너지 사업은 코어(핵심)를 지향하는 사업”이라며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사업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화석 에너지 사업 모두가 중요한 주류 사업으로 본다”며 “이를 위해 유전개발 등 에너지 사업에 필요한 우수한 인재도 많이 확보했다”고 밝혔다. STX그룹은 지난해부터 유럽, 북미, 남미, 중동 등지에서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 및 에너지 관련 플랜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이희범 전 무역협회장을 그룹의 자원·에너지 총괄 회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그는 “에너지 사업을 하게 되면 자원을 실어 나르기 위한 해운업이 혜택을 받고, 해운업이 성장하면 배를 더 건조하게 돼 있다”며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했다.

“포스트 조선업 준비 잘했다”

강 회장은 또 2년 반 전부터 조선업 시황의 하락을 예측하고 이에 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쯤이면 상선 등을 건조하는 단순 조선업은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해양 플랜트 분야의 기술 개발과 수주에 집중해 왔다”며 “불황이 조금 빨리 오긴 했지만 ‘포스트 조선업’에 대한 준비는 잘했다고 본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지난해 특수선과 크루즈선에 대한 원천 기술을 가진 STX유럽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상선 건조는 현재 한국이 세계 1위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언제라도 중국이 따라올 수 있는 분야”라며 “해양 플랜트나 크루즈선 건조, 군함 등 방위산업에서도 경쟁력을 갖춰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유럽은 수주만 하면 정부가 보증해 제작비의 80%까지 금융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제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금융 지원 시스템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강 회장은 이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중에서 그룹의 차세대 리더가 나와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평소 임원 워크숍을 할 때 자주 “뛰어난 능력이 없다면 나이 어린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주고 싶지 않다”고 강조해 왔다. 경영권 세습에서 벗어나 능력 있는 사람이 회사를 계속 이끄는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강 회장의 2남 1녀는 10, 20대다.

강 회장은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해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빨리 회복되는 것은 아시아 시장이고 이어 미국, 유럽 순으로 경기가 풀릴 것”이라며 “특히 중국 내수 시장이 살아나는 시점이 경기 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슬로=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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