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특수목적사 세워 계열사 매각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현금-경영권 확보 두마리 토끼 잡기

두산그룹이 3일 발표한 특수목적회사(SPC) 설립을 통한 계열사 매각 방안이 새로운 구조조정 모델로 관심을 끌고 있다. 매각 이후에도 경영권을 확보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데다, 계열사 또는 지분을 보유한 회사 4곳을 한꺼번에 매각해 비교적 쉽게 현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또 매각 이후에도 당분간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번 구조조정의 실무를 지휘한 이상하 ㈜두산 전무(CFP팀장)는 “구조조정이라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투자”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두산그룹은 계열사 매각을 위한 ‘파트너’로 재무적 투자자인 미래에셋PEF와 IMM프라이빗에쿼티를 끌어들였다. ㈜두산이 출자한 SPC인 DIP홀딩스와 미래에셋PEF 등이 출자한 오딘홀딩스가 4개 회사의 지분을 51 대 49로 나눠 매입하는 방식이어서, 투자자는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다양한 회사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투자자 시각에서는 분산 투자로 안전성을 확보한 셈이다.

경영권을 두산그룹이 계속 보유하도록 한 것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안정 우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유정헌 미래에셋PEF 대표는 “관련 업계에서 사업 경험이 풍부한 두산 경영진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경영권을 위임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매각한 계열사들이 꾸준히 현금을 창출하는 ‘알짜 계열사’라는 점도 성공적인 매각의 한 요소로 평가받는다. 4개 회사 중 삼화왕관은 병마개 생산 국내 점유율 1위 업체로 지난해 매출 783억 원을 올렸다. KFC와 버거킹을 운영하는 SRS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이 2250억 원이다. 두산DST와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은 각각 전략무기와 항공기 부품·완제품을 생산하는 방위산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각각 5321억 원과 9101억 원이다.

투자자금이 ‘시한부 자금’인 펀드라는 점을 감안해 양측은 앞으로 5년 이내에 SPC를 청산하고 제3자에게 계열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5년 안에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3년이 지난 뒤 양측 가운데 한쪽이 계열사 매각을 원하면 다른 쪽은 무조건 이에 응해야 한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된다면 ‘5년 내 매각 완료’라는 조건이 오히려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에 확보한 6300억 원으로 밥캣의 유동성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을 설립해 2007년 미국 건설기계업체인 밥캣을 49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이 중 29억 달러를 차입했다. 그룹 측은 “이번에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DII에 7억2000만 달러를 증자해 차입금 조기 상환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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