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해진 타이어, 차도 운전자도 자연도 웃습니다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나노기술까지 동원 연료소비 감축
바퀴 상태-노면 정보 제공하는 ‘스마트 타이어’도 곧 선보일 듯

‘검은 고무 제품? 첨단 기술의 결정체!’ 타이어 회사들의 ‘첨단 경쟁’이 뜨겁다. 최근 주요 타이어 생산업체의 연구개발에는 재료공학은 물론이고 나노기술과 정보기술(IT), 생물학까지 동원된다. 기존의 연구개발 목표가 안전성과 승차감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환경이나 차 밖에 있는 보행자를 생각하는 데로까지 넓어졌다.

○ 최신 트렌드는 ‘친환경’

지난해와 올해 타이어업체들이 내놓은 신제품에는 ‘친환경’이라는 코드가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친환경 타이어 ‘앙프랑’을 처음으로 내놨다. ‘앙프랑(enfren)’이라는 이름 자체가 ‘환경친화(environment friendly)’에서 따온 것일 정도로 환경에 신경을 썼다. 이 제품에는 노면에 접한 타이어의 회전 저항을 최소화하는 구조설계 기술이 적용됐다.

연료 소비를 줄여 차량이 1km를 달릴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1g 감소하고 그만큼 화석연료 소비도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이 타이어로 10년 동안 20만 km를 달린다고 치면 나무 146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양(약 820kg)만큼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앙프랑을 개발하는 데는 2년 반 동안 110억여 원이 들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앙프랑을 3종의 주력 규격 위주로 출시하고 올해 새로 14종의 추가 규격을 내놨다.

금호타이어도 지난해 독일 에센에서 열린 ‘2008 에센 국제 타이어 전시회’에서 친환경 제품을 선보였다. 금호타이어의 ‘솔루스 KH19’는 천연고무, 천연오일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으며 회전저항을 35%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6% 감소시킨 제품이다. 금호타이어는 빗길에서 물을 덜 튀기는 타이어를 개발 중이다. 차를 탄 사람뿐 아니라 차 밖에 있는 행인이나 상대편 운전자까지 배려하는 기술이다.

브리지스톤은 나노기술을 이용해 친환경성을 높인 ‘에코피아 EP100’ 타이어를 4월 서울모터쇼에서 발표했다. 브리지스톤은 공장에 집진 설비를 갖추는 등 제품뿐 아니라 공장시설도 친환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혼슈(本州) 시가(滋賀) 현에 있는 브리지스톤 히코네(彦根) 공장은 환경오염 물질과 악취가 공장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첨단 설비로 시설을 관리하며 인근 호수의 수질 오염 상태를 주민과 함께 관리 관찰하고 있다.

○ 나노기술·IT, 생물학까지 활용

타이어업체들이 타이어 기능 개선에 활용하는 기술은 이제 거의 모든 공학 범위로 확대됐다. 탄소의 분자구조를 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단위로 설계·제어할 수 있는 나노기술은 타이어의 회전 저항을 낮추는 데 쓰인다. 타이어가 회전하면 타이어 안의 탄소분자가 응집되고 응집된 탄소분자끼리 마찰이 일어나면 열이 발생해 에너지 손실로 이어진다. 나노기술은 합성고무의 탄소분자들을 열이 덜 발생하는 구조로 배치하는 데 쓰인다.

IT와 타이어를 융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타이어에 타이어 제조일, 제조사, 상품번호 등 고유정보를 담은 전자태그(RFID)를 담는 것부터, 타이어의 상태와 노면 환경 등을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스마트 타이어’도 개발되고 있다.

브리지스톤의 ‘HES(Hydro Evacuation Surface)’ 기술은 상어 지느러미의 피부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물의 흐름저항을 최소화해 타이어의 수막현상을 방지하는 이 기술은 타이어 홈 벽면을 미세 가공해 빗길을 달릴 때 도로의 수분이 빨리 타이어 홈 속으로 들어왔다가 옆으로 배출되도록 한다. 처음에 경주용 차량의 타이어 기술로 개발됐다가 이제는 일반 승용차용 타이어에도 적용되는 기술이다.

타이어업체들은 이런 기술개발을 위해 매출의 일정 비율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매년 매출의 약 5%를 R&D에 투자한다. 이는 해외 타이어업체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 한국타이어는 1982년 대전에 중앙연구소를 설립한 뒤로 중국, 독일, 일본, 미국에도 연구소를 열었다. 브리지스톤은 연매출의 3% 이상을 R&D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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