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기술 하나, 열 제품 안부럽다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현대·기아차 ‘MOST’ 개발 박차

삼성은 ‘모바일와이맥스’로 시장선도

로열티 절약 수출시장 개척

기업들 원천기술 확보 열올려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전자부품연구원(KETI)이 ‘MOST(Multimedia Oriented System Transport·차량용 멀티미디어 제어 시스템 광통신 규격)’ 기술의 국산화에 나섰다. 올 3월 시작된 이번 연구개발(R&D)은 2012년 상용기술의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대오토넷, 건국대, 인천대 등의 연구원도 참여한다. KETI 관계자는 “MOST 기술이 개발되면 로열티 절약은 물론 상당한 규모의 수출시장도 열리게 돼 수천억 원 이상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MOST시장 2011년 37억 달러로 급성장

MOST 원천기술은 현재 미국의 멀티미디어 반도체 솔루션 공급사인 SMSC 등 해외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포르셰, 볼보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은 70여 가지의 차종에 MOST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제네시스와 에쿠스 등 프리미엄 모델에 MOST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원천기술이 없어 로열티 지급과 함께 관련 부품도 대부분 수입해 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번 산업원천기술이 상용화되면 로열티 절약은 물론이고 기술 수출 시장도 개척될 것”이라며 “향후 프리미엄 자동차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 차량에도 보편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여 시장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세계 자동차업계 자료에 따르면 MOST 시장 규모는 2005년 2억 달러(약 2500억 원)에서 2011년 37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업계의 한 전문가는 “한국은 전자산업 분야에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어 차량용 전자장치 부품 산업과 연계할 경우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술독립 강화하는 국내 기업들

국내 기업들의 기술독립 움직임은 최근 화두로 떠오른 녹색기술 분야에서도 활발하다. SK에너지는 최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미래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개발에 성공했다. 석유화학 제품 공정의 핵심 원료인 ‘촉매’ 기술의 국산화에도 박차를 가해 로열티 지급을 줄이고 세계 10여 개국에 관련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민관학이 합심해 만들어낸 첨단 기술 중 세계 시장 개척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와이맥스’다. 4세대(4G) 통신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모바일 와이맥스는 현재 49개국에서 85개 사업자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캐나다 브라질 페루 등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관통하는 ‘모바일 와이맥스 아메리카 대륙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사업계획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측은 “현재 인텔과 구글 등 대형 현지 기업들과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2012년경 모바일 와이맥스 시장 규모는 596억 달러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보여 상당한 로열티 수입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점점 늘어나는 기술분쟁에 대비해 삼성전자는 국내 최초로 특허전담 최고책임자인 ‘CPO(Chief Patent Officer)’ 체제를 도입하고, 지난 5년간 관련 인력을 2배로 늘려 500여명 이상의 특허전담 인력을 확보했다. 고정식 특허청장은 최근 열린 국내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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