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IT 신성장동력으로… 대기업간 융합모델 시동

  • 입력 2009년 5월 14일 02시 57분


■ 현대차-삼성 차량반도체 공동개발 추진

현대·기아자동차와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공동개발을 위한 논의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두 회사가 공동개발에 합의하면 앞으로 산업계의 메가트렌드인 ‘융합’ 움직임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신(新)성장동력 중 하나인 ‘정보기술(IT) 융합시스템’ 사업이 특히 기대를 모으는 분야.

○ 주목받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

차량용 반도체는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업종인 자동차와 전자가 만나는 중간영역에 존재하는 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의 조사회사인 세미캐스트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07년 200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2015년 300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의 전자제품화가 진행되면서 승용차 1대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평균가격도 295달러에서 375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하고 있지만 비메모리 분야인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는 존재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상위 10위까지를 미국 일본 유럽계 반도체회사들이 휩쓸고 있다. 컨설팅회사인 액센추어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31%는 미국이, 30%는 일본이, 20%는 독일이 장악하고 있다. 나머지 19%를 다른 국가들이 나눠 갖고 있다. 이처럼 불리한 상황에서 한국이 단기간에 선진국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자본력과 기술력 등에서 잠재력이 큰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정부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융합’ 가속화를 위한 주춧돌

물론 현대·기아차가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기아차는 독일의 반도체 회사인 인피니언테크놀로지와 ‘아리수(프로젝트명·Arisu-LT)’를 공동개발해 조만간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리수는 차량 반도체를 활용해 자동차의 전구를 자동으로 켜고 끄는 장치다. 차량 내의 복잡한 전선을 줄여 차량 무게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이 외에 씨앤에스테크놀로지 등 국내 반도체 회사들과도 협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문제는 외국 기업들이 훨씬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현대·기아차와 손잡은 인피니언테크놀로지는 이미 자국 자동차업체 아우디, BMW와 협력하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도 자국 부품업체 덴소 등과의 협력이 활발하다.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의 제휴가 성사된다면 그 효과는 차량용 반도체산업 활성화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국내 두 대기업이 손을 잡으면 국내 고용 창출 효과를 낼 수 있고 산업적 파장 효과를 일으켜 다른 국내 기업들의 차량·IT 융합을 더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경부는 또한 상징성과 규모가 큰 두 업체의 제휴는 한국식 기업 풍토 때문에 제휴를 꺼리는 다른 기업들에 ‘모범’을 보여주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차량 반도체는 물론 다양한 융합분야를 고루고루 개발해야 우리 산업이 세계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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