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투자로 ‘인플레 방화벽’ 쌓아볼까

  • 입력 2009년 5월 14일 02시 57분


원유값-공공료 등 들썩들썩
부동산-금 투자 고려해볼만
원자재 간접투자상품도 주목

“대규모 자금이 풀린 데 따른 후유증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마하의 현인(賢人)’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최근 열린 버크셔해서웨이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피해자는 채권 또는 고정 자산 소유자들이 될 것이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한동안은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공존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쏟아 부은 돈이 증시와 원자재 등 실물 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인플레이션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소비자 물가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데다 부동산 가격까지 들썩거리고 있어 개인들의 재테크 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 곳곳에서 인플레이션 징후 감지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내년부터 5년간 매년 평균 3%를 유지해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3개국 가운데 가장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물가상승률도 1.7%로 아이슬란드(10.6%) 몰타(1.8%)에 이어 슬로바키아와 함께 공동 3위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국내에서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릴 만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상반기(1∼6월)에 심야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국전력도 적자폭이 커지고 있어 정부에 9%의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했다. 서울 택시의 기본요금이 500원 상승하는 등 전국의 택시 기본요금도 내달부터 인상된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달 12일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은 배럴당 57.37달러 선에 가격이 형성됐다. 2월 19일에 형성된 올해 최저치인 40.10달러보다 43%나 오른 가격이다.

○ 실물 자산에 투자하고, 단기로 자금 운용

투자 전문가들은 자산의 일부를 부동산이나 금 등 실물로 보유해야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현실화되더라도 손실을 볼 가능성이 적다고 조언한다.

가장 대표적인 실물 자산은 아파트나 상가 등 부동산이다. 최근 들어 실물 경제의 회복세가 뒷받침되지 않는데도 수도권의 청약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일부 영향을 끼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부동산 매입은 초기 자금이 크게 들어가는 데다 본격적인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으면 자칫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프라이빗뱅커의 홍승만 대표PB는 “현재 보유 부동산이 전혀 없다면 전체 자산의 50% 정도는 부동산으로 소유하는 게 인플레이션의 좋은 헤지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의 헤지 수단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금 투자이다. 현재 금에 투자하는 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도 많이 나와 있다. 다만 금의 가격은 이미 상당히 올라 있어 자칫하면 상투 시점에 투자할 수 있다는 우려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우리투자증권 신혜정 PB도곡센터장은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려면 채권형 펀드의 비중을 줄이고 단기 상품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면서 고금리 상품이 나오는 타이밍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손쉽게 물가 상승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원유, 농산물, 기초금속 등에 투자하는 원자재 간접투자 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13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2분기(4∼6월)까지 바닥을 다진 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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