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물류업계 ‘녹색 대장정’

  • 입력 2009년 5월 14일 02시 57분


내년 ‘녹색물류 인증제’ 정부 4년간 180억 보조
항공기는 ‘친환경 경착륙’… 선박엔 바람개비 추가…
물류업체 연료 절감 통한 온실가스 줄이기 팔걷어

정부의 녹색물류 인증제 시행을 앞두고 항공·해운업계를 중심으로 ‘그린(green) 물류’가 본격화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연료비를 아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 지원까지 받을 수 있어서다.

현재 물류 부문에서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9820만 t으로 전체 배출량의 20%에 달한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6일 본격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내년부터 ‘녹색물류인증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물류·운송업체에 정부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내년부터 4년간 총 180억 원을 들여 물류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만 t까지 줄일 계획이다. 항공·해운업계는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운송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그린 물류를 생존의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 항공기 ‘경착륙’ 방식 전환 연료 40% 이상 절감

항공업계는 항공유 비용이 매출액 대비 40∼50%에 이르는 만큼 연료비 감축을 통한 그린 물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07년 11월부터 김포공항에 항공기를 착륙시킬 때마다 연속강하접근(CDA·Continuous Descent Approach)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CDA는 계단식 수평비행으로 조금씩 고도를 낮추는 기존의 소프트랜딩(연착륙)과 달리 구간별 하드랜딩(경착륙)을 시도해 착륙 시 연료사용량을 40% 이상 줄일 수 있다.

안전을 담보하면서 최적의 착륙각도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첨단 항법시스템 구축이 필수다. 정부는 현재 인천국제공항에도 CDA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도 7일부터 간사이 공항에서 CDA 방식을 도입했으며 말레이시아는 올 1월부터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시행에 들어갔다.

이 밖에 대한항공은 2004년 연료관리팀을 신설해 △항공기 성능 △비행계획 △운항절차 △중량관리 등 4개 분야에서 지속적인 연료감축안을 마련했다. 올해는 130개 연료관리 과제를 만들어 47만5000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연료소비효율이 떨어지는 기종은 퇴출시키고 기존보다 20% 이상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A380과 B787 기종 위주로 여객기를 들여올 예정이다.

또 이·착륙 시 활주로에서 엔진 사용을 최소화하고 날개의 플랩(양력 발생기) 사용 횟수를 줄이는 등 운항 절차도 바꾸고 있다. 예비연료량과 기내식, 서비스 물품, 정비 부품을 최대한 줄이는 중량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와 함께 2004년과 2005년 홍콩과 일본 노선의 항로 단축으로 연간 4000t의 항공유를 절약해 1만3000t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연료계획의 정확도를 높여 잔량을 줄이고 △항공기 보조동력장치의 연료소모율을 낮추며 △항공기 무게중심을 최적화해 연료사용량을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올해 1만2000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세웠다.

○ 육상에선 하이브리드 차량 확충

해운업계도 선박 제조기술을 중심으로 그린 물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올해 운송선 7척의 표면을 실리콘으로 특수 코팅해 파도에 의한 저항을 낮춤으로써 연료소모량을 줄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해 선박 3척의 스크루에 바람개비 모양의 소형 핀(PBCF)을 달아 추진력을 3∼5% 향상시킬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대상선은 올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6년보다 26%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진해운은 사내에 연료유 관리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항로별 연료 소모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료소비효율이 우수한 전자제어 엔진을 달고 △연료사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박 속도를 준수하며 △항만에 설치된 크레인을 디젤에서 전기 구동방식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한진해운은 지난해에만 33만 t에 이르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었다.

육상운송 분야에선 하이브리드 차량 확충으로 그린 물류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 물류업체인 페덱스는 보유한 전체 운송 차량의 연료소비효율을 2020년까지 20%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172대의 하이브리드 트럭을 시험 운영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트럭은 전기를 사용해 일반 차량보다 연료소비효율이 42%가량 뛰어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25% 이상 낮출 수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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