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에 없다고 차량신기술 통과 미뤄”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주한 유럽상의 ‘2009 백서’
“접대비 규정 모호 혼란 초래
지재권 위반 솜방망이 처벌”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가 자동차 신기술 도입을 지연시키는 ‘더딘 행정절차’와 유럽 기업을 혼란에 빠뜨리는 모호한 ‘접대비’ 규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EUCCK는 유럽 기업들이 18개 분야에서 겪고 있는 비관세 장벽에 대한 요구사항을 담은 ‘2009 시장백서’를 10일 발표했다. EUCCK는 한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의 모임으로 회원사는 약 850개에 이른다.

이 백서에서 EUCCK는 우선 승용차 관련 법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해외에서 이미 판매 중인 차량에 장착된 여러 신기술이 한국에서는 법규 제정 절차에 묶여 제때 도입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 백서는 대표적인 사례로 ‘조명 가변형 전조등 장치(AFS·Adaptive Front Lighting System)’를 꼽았다. AFS는 밤 운전을 할 때 차량 진행에 따라 전조등의 방향이 변하는 장치다.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해 주고 보행자에 대한 인식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 백서는 “(신기술을 제때 도입하려면) 교통 환경과 안전에 대해 전문지식을 갖춘 당국자가 결정을 해야 하는데 담당자의 잦은 보직 변경으로 업무의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EUCCK는 현 법인세법이 규정한 ‘접대비’의 범위가 모호해 과세 당국과 유럽계 투자자들(납세자) 사이에 잦은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면서 “선진국의 사례를 참조해 접대비의 범위를 명확히 해 달라”고 촉구했다.

EUCCK는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한국 당국의 전문성 부족과 ‘솜방망이식 처벌’이 투자를 가로막는 주요 장벽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백서는 “이태원과 동대문 등지의 유명한 위조품 판매시장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하고 조직화된 범죄 집단, 관련 제조·유통업자들을 척결하기 위한 검찰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법무부 안에 35명의 지적재산권 전담 검사가 있지만 다른 업무도 함께 맡고 있는 데다 2년 주기의 순환근무 관행 때문에 유명 브랜드의 유통 채널과 지적재산권 침해 방식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장자크 그로하 EUCCK 소장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앞두고 상호협조적이고 투명한 환경에서 시장 진입 장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서로를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EUCCK는 1994년부터 매년 주한 유럽계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겪는 장애들을 정리한 ‘무역장벽 백서’를 발표해 왔으며 지난해부터는 비관세 장벽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 ‘시장장벽 백서’를 대신 발간하고 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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