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분양물량 반토막… 2, 3년뒤 집값불안 우려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주요 건설사 27곳에 직접 물어보니…

경기침체에 대출 깐깐해져

2만6800채로 작년의 49.8%

하반기 공급 확대도 미지수

공급부족 → 가격폭등 올수도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올해 상반기에 분양한 아파트 물량이 지난해 상반기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경기가 회복돼 주택 수요가 늘어나면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 건설사 12곳, 상반기 분양 ‘0’ 또는 ‘미확정’

동아일보가 5일 27개 주요 건설사를 대상으로 올해 아파트 분양 실적을 집계한 결과 조사 대상 건설사들은 지난해 상반기에 총 5만3934채의 아파트를 분양했지만 올해는 4월까지 1만842채만 공급했다. 6월까지 분양할 계획을 세워둔 물량을 합쳐도 2만6862채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49.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조사 대상 건설사 중 44.4%(12곳)는 상반기에 한 채도 분양하지 않았거나 구체적인 분양 물량을 정하지 못한 ‘미확정’ 상태다.

대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시공능력평가 기준 5대 대형 건설사 중에도 4월까지 한 채의 아파트도 분양을 하지 않은 회사가 2곳이나 된다. 10대 대형 건설사 중 한 회사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한 채도 분양하지 않았고 하반기 분양계획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아파트 공급 물량을 크게 줄인 이유로 분양시장 침체(47.6%)를 꼽았다. 다음으로는 △금융권의 경직된 대출 움직임(23.8%) △주택경기의 불확실성 확대(16.7%) △정부의 규제완화 미흡(11.9%) 등이 뒤를 이었다.

건설사들은 올해 하반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3만2576채)보다 물량을 48% 정도 늘려 잡아 총 4만8429채를 분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본격적인 경기 회복 움직임이 안 보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물량을 실제로 분양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적지 않은 건설사가 올해 목표 분양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아파트 공급 부족 후폭풍 대비해야”

주택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아파트 분양 위축 현상이 이르면 2, 3년 뒤에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경영난에 빠진 건설사들이 아파트 공급을 줄인 것이 2000년대 초반 부동산 가격 폭등을 촉발한 전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1998년 전국주택매매가격은 전년 대비 12.4% 떨어졌지만 3년이 지난 2001년엔 9.9% 올랐고 2002년엔 16.4% 급등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한국인은 아파트를 다른 형태의 주택보다 훨씬 선호하는데 아직도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46%에 불과하다”며 “지금처럼 분양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경기회복과 이에 따른 주택수요 증가 현상이 나타나면 아파트 가격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은 계속해서 분양이 줄어들 경우 경기회복기에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 소장은 “지방은 누적돼 있는 미분양 아파트가 많아 당분간 주택 부족 현상이 발생하지 않겠지만 수도권은 잠재돼 있는 수요가 워낙 커 지금처럼 분양 물량이 급감하면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건설사들이 분양 물량을 늘리기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5대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공급 물량이 올해처럼 줄어들면 향후 주택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누적된 미분양 아파트를 해결하지 않고는 분양 물량을 예전 수준으로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방에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건설사는 자금 여력이 부족해 경기가 풀려 수도권에 수요가 생기더라도 신규분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편 조사 결과 건설사들은 올해 상반기 주택시장의 체감경기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쁘다고 답했다. 올해 상반기 주택시장의 체감경기가 예상했던 것에 비해 ‘매우 안 좋다’와 ‘안 좋다’라고 답한 건설사가 각각 14.8%(4개), 44.4%(12개)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하반기 주택 경기에 대해선 절반을 약간 넘는 14개사가 상반기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건설사들은 주택경기를 살리는 데 가장 필요한 조치로 ‘금융권의 적극적인 대출’(48.1%)과 ‘서울 강남 3구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 완화’(37%)를 꼽았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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