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호전? 때이른 칭찬에 취하지 말라

  • 입력 2009년 4월 27일 20시 45분


고환율-재정지출 따른 ‘착시’ 많아…진짜 회복 아직 멀어

해외 금융회사와 외신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인 불황을 가장 잘 극복한 케이스'라고 추켜세우더니 지난 주말부터는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줄줄이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그러나 여기엔 날카로운 비수가 숨어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는 대신 보고서 말미에 흘려듣기 찜찜한 부정적 코멘트를 하나둘씩 달아 놨다. 지금의 경기회복 조짐은 착시에 불과할 수 있으며, 앞으로 계속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내용이다. 이런 경계의 목소리는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성장률 전망은 높였지만…

골드만삭스는 27일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5%에서 -3.0%로 높였다. 한국 정부의 효과적인 경기부양책과 수출회복 전망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외자가 유입되면 원화가치가 급상승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글로벌 수요부진으로 인한 불황의 충격이 더 커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1분기 한국 기업들의 선전이 고환율의 덕을 크게 본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도이체방크 역시 내수 안정화 등을 근거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0%에서 -2.9%로 수정했지만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는 올 하반기엔 제한된 성장을 할 것"이라는 논평을 붙였다. 메릴린치도 24일 -3.6%에서 -3.0%로 성장률 전망치를 높였지만 "한국 경제의 성장세는 여전히 부진하고, 높아지는 실업률은 소비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자 칼럼에서 한국이 안정은 찾았지만 경기침체(stagnation)는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기아차나 삼성전자의 실적도 원화약세 때문에 좋게 나타난 것"이라며 "주요 산업에선 아직 회복이 멀게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경기회복은 착시 현상"

최근 경기지표의 호전도 착시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많다. 한국의 1분기 GDP는 지난해 4분기보다 0.1% 성장했지만 전년동기 대비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을 냈다.

기업 실적도 마찬가지다. 대신증권의 27일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해 4분기보다는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지난해 1분기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실제 개선됐기 때문이 아니라 시장의 기대치가 크게 낮아져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박희찬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정책효과나 환율효과는 모두 1분기가 정점이었으며 두 효과가 약화되는 3분기엔 한국 경제가 다시 마이너스 성장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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