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어 한국도 카드수수료 손보나

  • 입력 2009년 4월 22일 02시 57분


수수료 상한제-소액 결제 거부 법안 발의

카드사 수익성 악화땐 소비자 혜택 줄일듯

# 최근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신용카드 대출수수료를 연 14%로 2배나 올렸다. 캐피털원도 신용카드 이자율을 7.9%에서 29.4%로 올렸고, 샬럿뱅크는 카드 수수료를 10달러 이상 인상했다. 이들은 모두 구제금융을 받은 곳.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3일 백악관으로 주요 신용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수수료와 이자율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 현재 국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1.5% 정도. 반면 영세 가맹점과 중소 가맹점이 물어야 하는 수수료율은 각각 2.0∼2.2%, 2.5∼3.0% 수준이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자 정부와 한나라당은 가맹점 수수료율 상한제를 꺼내들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막대한 수수료 수입과 이자를 챙기는 미국 신용카드업계를 문제 삼고 나선 가운데 국내에서도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중심으로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국내외적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다.

○ 미국, 신용카드 폭리에 메스

미국의 카드 사용 이자율은 연평균 17% 안팎, 연체 금액에 대한 이자율은 연 30% 이상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미 하원은 지난해 카드사의 일방적인 이자율과 수수료 인상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이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며 부결시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과 카드사가 잇달아 이자율과 카드 수수료를 과도하게 높여 폭리를 취하자 더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신용카드업계의 횡포와 관련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려고 직접 나섰다. 카드사에 이자율을 낮추도록 하고, 이용자 정보 공개 확대 등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 국내는 가맹점 수수료 상한제 도입

국내에서는 20일 카드 수수료 인하를 중심으로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 등은 가맹점 수수료율 상한제를 도입하고 1만 원 미만 소액 결제 때 현금 영수증을 발행하는 가맹점에 한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 측은 “중소 영세 자영업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연 매출액 1억 원 미만 중소 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시행령으로 대상 업종을 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소비자에 부담 전가 우려

카드업계는 2007년 11월부터 3차례에 걸쳐 영세 자영업자 및 중소 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꾸준히 낮춰왔는데 이런 제한을 두는 것은 과하다는 견해다. 소상공인 신용카드 매출액에 대해 1.3∼2.6% 세액공제를 해주고 있어 카드 결제에 따른 자영업자 부담은 거의 없다는 것. 카드업계는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 부진에 가맹점 수수료 상한제까지 실시되면 수익이 상당히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카드사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2.4%다.

최근 카드사들은 이런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올해 초부터 현금서비스 수수료와 연회비를 잇달아 인상하고, 부가 서비스도 축소하고 있다. 또 법안이 통과돼 1만 원 미만의 거래에 카드 결제가 어려워지면 별도의 현금을 갖고 다녀야 하는 등 소비자 불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씨카드에 따르면 1만 원 미만 카드 결제 건수는 지난해 약 3억 건으로 1년 전보다 1억 건 가까이 늘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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